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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일 화요일

햄릿님, 지적 재산(IP)을 게임에 싸서 드셔보세요! ~입문편~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쓴 『햄릿』에서 가장 유명한 독백의 첫 문장이죠. 『햄릿』을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선왕(아버지)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숙부 클로디어스를 죽일까 말까 죽일까 말까 고민하는 햄릿이라는 덴마크 왕자의 이야기입니다.

복수극이지만, 결코 명쾌한 복수극은 아닙니다. 사실 복수 자체보다, 시도때도 없이 고민하고 번뇌하는 햄릿을 구경하는 이른바 '팝콘잼'이 『햄릿』의 백미이기도 하고요. 오늘날로 치면 중2병에 비견될 정도로 감수성이 예민한 친구인 겁니다. 결국, 햄릿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낸 『트렌드 코리아 2015』는 2015년 소비트렌드 분석의 시작을 CAN'T MAKE UP MY MIND로 열었습니다. 상품이 너무 많아서 마음을 정할 수 없다, 구매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소비자의 고충입니다.

위의 책은 이에 '햄릿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버지의 복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 결정을 유보하다가 비극을 맞이한 햄릿이 수많은 상품들 앞에서 갈팡질팡하다 지름신 영접에 실패해버린(..??) 소비자의 모습과 겹친다는 거죠.


정보과부하 가설information overload은 과도한 정보의 양이 소비자 분석 능력을 오히려 저해하여 최선의 선택을 방해한다는 가설입니다. 시장의 상품 수와 정보가 소비자의 정보처리능력을 압도하면, 소비자는 그 자신에게 최적의 선택을 내리기 힘들게 됩니다. 게임의 완성도, 매력만큼 마케팅과 유통 플랫폼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고요.

예민한 감수성으로 인해 주변 모든 일들을 "복수"라는 화두와 결부지음으로써, 끊임없이 내면으로 침잠하면서 고뇌하는 햄릿도 일종의 정보과부하 상태에 빠졌다고 볼 수 있겠죠.

지난 한 해에는 모바일 게임이 대세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 모바일게임 시장은 포화 시장이 됐어요. 더 이상, 모바일 게임시장은 젖과 꿀이 흐르는 기회의 땅이 아닙니다. 이젠 대다수 게임들이 주목받지 못한 채 스러지는 차디찬 레드오션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대두된 것은 IP 게임입니다. IP란 Intellectual Property(지적 재산)의 약자인데요. IP 게임이란 소설,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등 기존의 유명 콘텐츠를 바탕으로/ 활용하여 제작한 게임을 말하며, 기존의 유명한 게임을 다른 플랫폼(PC, 콘솔, 모바일 등)이나 다른 장르(RPG, FPS, TCG 등)의 게임으로 만드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IP게임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바로 대중에게 검증된 콘텐츠를 사용한다는 것이죠. 모바일 게임 하나 쯤 하고는 싶은데, 너무 많고, 하나 하나 직접 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운 사람들에게 친숙한 IP를 활용한 게임은 소비자 진입장벽을 효과적으로 낮추게 됩니다.
군대를 예능에 싸먹으니까 맛이 끝내줘요!
기존IP를 바탕으로 인물,  시나리오, 게임 시스템 등에 대한 기준을 확립한 상태에서 만들 수 있다는 개발 측면의 이점도 존재합니다. 스파이더맨을 예로 들자면, 인물은 스파이더맨, 시나리오는 원작 코믹스, 게임 시스템은 '빌딩 숲을 날아다니며' '적과 전투'하는 거죠.

넥슨의 '바람의 나라' 또한 기존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IP 게임입니다. 리니지라는 NC소프트 굴지의 타이틀 역시 마찬가지였죠. 바람의 나라가 정식 서비스된 시기가 1996년이었으니, IP 게임이란 한국 온라인게임시장의 유아기부터 줄곧 존재해 온 셈입니다.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IP 게임은 과열경쟁을 극복하는 매력적인 선택지였고, 물론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2년 초부터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들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IP게임은 기존 스토리 콘텐츠를 가져와 게임으로 만드는 경우와 기존 유명 게임을 다른 장르/ 플랫폼으로 이식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이 포스팅은 햄릿에서 시작했으니까(??) 스토리 IP 기반 게임에 관해서 좀 자세하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물론 그 얘기만 하겠단 건 아닙니다.
IP 게임에는 여러 장점들이 있는데, 넥슨 개발 3본부 송하근 파트장은 GDC 2013에서 "신뢰받는 브랜드와 검증된 콘텐츠가 있기에, 출시 전부터 유저들에게 강한 기대감을 불러올 수 있다"며 IP 게임의 장점을 설명했습니다.

검증된 기존 스토리에 호감을 가진 고객들을 자연스럽게 게임으로 이끌 수 있고, 원작의 마니아층은 나서서 홍보를 해 주기도 하죠. 게다가 게임의 기본적인 개발방향이 원작을 따라가므로, 신규 IP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에 비해 개발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양날의 검이 되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IP을 바탕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일견 손쉽고 간편해 보이지만, 그만큼 개발에 제약이 따른다는 소리도 되거든요. 기존 IP를 사용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족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존 IP의 설정에서 지나치게 멀어지면 원작 마니아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위해 원작에 없던 시스템이나 콘텐츠를 넣으려면 기존IP 제작사/ 소유권자와 수많은 협의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원작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콘텐츠 플랫폼 간 이식의 문제입니다. 원작의 본질적인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살려낸다면 위에서 말한 장점들을 모두 취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원작과 동떨어져 버리거나, 게임 자체로는 재미가 없다면 IP게임뿐 아니라 기존 IP의 브랜드 가치까지 타격을 입게 됩니다.

GDC2013에서 송 파트장은 강연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습니다.
IP 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원작을 바탕으로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IP 게임 자체를 원작의 마니아층만 만족시키는 게임으로 만들면 안 된다. 마니아층을 포함해 모든 게임 유저를 만족하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작업해야 한다.
IP 게임 개발에 대한 송 파트장의 조언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1. 충분한 시간을 두고 원작을 이해할 것.
2.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개발팀 각자가 제구실을 다할 것.
말이 꽤나 추상적이라, 나름대로 이렇게 풀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원작이 제공하는 핵심적인 경험 혹은 재미 파악 및 표현 방법론 분석 
+
원작 콘텐츠의 장르와 플랫폼 특성을 고려, 게임에 반영 가능한 요소 추출

(2) 일단 요소를 추출한 뒤에는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추구하여 개발

원작을 이해한다는 건 '이게 어째서 대중에게 검증받았는가'를 파헤치는 겁니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전달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해요.

분석을 마치고 재료를 다 모았다면 이제 게임성을 도출해야 하죠. 무엇을 게임에 집어넣고 무엇을 뺄 지를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서는 원작의 장르나 플랫폼과 같은 콘텐츠 외적 요소들도 함께 고려해야 해요.

원작이 제공하는 핵심적인 경험을 게임이 '비슷하지만 새롭게' 제공할 수 있다면 베스트일 겁니다. 하지만 그건 쉽지만은 않은 문제죠. 영화나 웹툰은 스토리를 핵심으로 하는 데 반해, 게임은 스토리를 핵심으로 가져가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작은 글씨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모바일 환경에서라면 더욱 그렇죠.

원작의 고유한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원작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게임성에 따라 판단한 뒤, 거기서부터 게임을 개발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되는 게임", "팔리는 게임"이겠죠. 자선사업이 아니니까요ㅋ... 요는, 원작의 마니아 집단뿐 아니라,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그러니까 재미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까지 씨부려놓은 것들도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애시당초, 스토리 IP를 활용한 게임인데 원작의 스토리를 제대로 사용하기가 힘들다니 무척 이상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겠죠. 스토리를 안 쓸 거면 대체 왜 IP를 활용하는 것인가...??

그래서 다음에는 세 편의 IP 활용 사례를 자세하게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사례로 분석해 볼 IP는 영화 <인터스텔라>, 드라마 <워킹데드>(드라마 원작은 만화), 웹툰 <와라! 편의점>입니다. 모두 서사를 기본으로 시각적 표현수단을 사용하는 IP이면서, 게임으로도 출시됐습니다. <인터스텔라>와 <와라! 편의점 for kakao>은 모바일 SNG로, <워킹데드 더 게임>는 PC/콘솔/모바일 플랫폼의 어드벤쳐 게임으로요.

게임 <인터스텔라>와 <와라! 편의점 for kakao>는 사실상 배경/소재/컨셉을 취했고 IP의 구체적인 스토리는 게임 요소로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워킹데드 더 게임>은 원작의 스토리를 훨씬 더 적극적으로 게임에 도입한 경우입니다.




원작 <워킹데드>의 등장인물들과 사건들을 그대로 가져온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게임을 부러 할 필요가 없겠죠. <워킹데드 더 게임>은 대신에 스핀오프 방식을 취한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원작 <워킹데드>와 같이 좀비새키들이 자꾸 쫓아오는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인터랙티브 드라마를 게임으로 만들어낸 거죠.

직접 세 게임을 해 본 결과, <워킹데드 더 게임>이 압도적으로 재미가 있었으므로, 다음 사례분석편은 <워킹데드 더 게임>을 중심으로 작성할 겁니다. 에... 위에서 기술한 IP 게임 기획의 프로세스를 한 번 역으로 추적하는 식으로 분석해 볼 거고요.

그럼 다음에 만나요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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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핑크 가라사대

스무 살에 이걸 하고 다음에는 저걸 하고, 하는 식의 계획은 내가 볼 때 완전히 난센스다. 완벽한 쓰레기다. 그대로 될 리가 없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할 수 없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