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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9일 일요일

별에서 (돈을 가져) 온 그대, 논게이머(Non-gamer) (feat. Nintendogs & Everytown)



안녕하세여 게짖갭니다. 오늘은 별에서 온 그대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해요. 여러분은 아직도 우리를 웃고 울리던 별그대의 진한 감동과 여운을 기억하고 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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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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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 게짖갭니다.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불과 몇 분 안 되기는 했습니다만, 논게이머에 대한 포스팅을 계속해보도록 하겟습니다. 논게이머가 누구인가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언제부터 그들이 주목받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자,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05년의 샌프란시스코로 가 봅시다.


사진 속의 아저씨는 닌텐도 CEO인 이와타 사토루입니다. 그는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게임개발자회의)에서 non-game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어요.

a form of entertainment that really doesn't have a winner, or even a real conclusion.

직역하자면, "승자도, 심지어 결론조차도 없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한 형태" 정도가 될까요. non-game에 대한 위키피디아의 설명에 따르면, "논게임이 전통적인 비디오 게임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는 목적(goals), 목표(objectives) 그리고 도전(challenges)이 없다는 것"
이라고 하네요.

승자나 승패를 굳이 정하지 않아도 좋고, 게임이 제시하는 목표도 없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용자는 자신만의 목표를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게임 플레이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훨씬 더 많이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2005년 이와타 사토루가 '논게임'을 언급한 배경에는 당시 닌텐도가 내놓은 '논게임'이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었죠. 이 시기에 닌텐도 DS와 같은 휴대 가능한 콘솔 게임들이 수많은 '논게임'을 성공시키면서 일본 내 '캐주얼 게이머'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2006.7.16][IGN article] NON-GAME FLOOD

[2007.5.23][Gpara article] “二匹目のどじょう”は何匹いた?『脳トレ』系ソフトの現実

그러한 좋은 사례가 있다면, 바로 '닌텐독스(Nintendogs)'를 빼놓을 수 없겠죠.


Spry Fox의 CCO인 다니엘 쿡(Daniel Cook)은 자신이 운영하는 게임블로그 LOST GARDEN의 'Nintendogs: The case of the non-game that barked like a game'이라는 게시물에서 논게임으로서의 '닌텐독스'의 성공요인을 분석했는데요.

일단 결론부터 봅시다.

Conclusion
Nintendogs is a game that get two key elements right:
  • It addresses a niche need within the broader culture that is highly underserved.
  • It understands game design theory well enough to build an original new game experience out of proven game design techniques.
(발번역 ㄱㄱ)

결론
닌텐독스는 두 가지의 핵심 요소를 성공적으로 만족한 게임이니라.

  • 사람들이 불만을 느끼는 더 넓은 문화 영역의 틈새(niche) 욕구를 충족
  • 게임 디자인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검증된 게임 디자인 기법을 바탕으로, 고유한 게임 경험(original game experience)을 구축

발번역이라 내가 봐도 뭔 말인지 모르겠네용. 하나씩 뜯어봅시당.
  • 사람들이 불만을 느끼는 더 넓은 문화 영역의 틈새(niche) 욕구를 충족
다니엘 쿡은 'Game Anthropology'를 이야기합니다.

Game Anthropology: Game anthropology is about watching how ordinary consumers go about their lives; what sort of things do they do, what do they want to do, how do they use the things they have? Amidst all this, what opportunities exist to play games?

일반 소비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 어떤 일들을 하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그들이 가진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등을 관찰하고, 이러한 모든 '삶'과 '욕구' 중에서 게임 플레이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물색하는 것.

일본 사람들은 개를 좋아합니다. 멍멍이 좋아하기는 만국 공통입니다만 어쨌든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거주가 보편화된 일본에서는 개를 거의 키울 수가 없었죠. 일본 꼬맹이들의 꿈은 고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닌텐도는 바로 이러한 욕구에 주목했습니다.

개발자들은 고심했죠. 개를 키우는 소재는 게임으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거든요. 닌텐도의 게임기획자들은 단순한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How do games apply to the world outside of me?"
"어떻게 만들면 게임이 내 바깥 세상(일반인이 사는 세상)에 먹힐까?" 
이러한 생각은 마치, 게임하는 사람들을 "별종"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같이 게임하면서 놀자고 손을 내미려는 것과 같았어요. 닌텐도는 기존의 검증된 게임 시스템을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녹여내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건 마치 해달이 자신의 가장 좋은 조개를 사람에게 건네는 것과 같았습니다. (심각)


"여기 우리가 젼나 좋아하는 게임을 바칩니다 닝겐이여"

하지만 일반인 시선에선 이렇게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었죠...


뭐 아무튼.

다니엘 쿡은 이 게임이 행동-보상의 반복(risk-reward cycle)을 통해 캐릭터(게임 내 플레이어의 분신)를 성장시키는 전형적인 RPG(Role-Playing Game)라고 설명합니다.

닌텐독스는 'Learning Tricks', 묘기를 강아지에게 가르치는 것을 핵심적인 게임 메커니즘으로 갖고 있습니다. 특정 명령을 정확히 발성하고, 강아지가 명령에 맞는 행동을 할 때 쓰다듬는 등 보상을 주고, 다시 새로운 묘기를 가르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강아지는 성장합니다.

이렇게 잘 키운 강아지를 가지고 산책(미지의 영역 탐험)도 하고, 강아지 콘테스트(도전과 경쟁)에도 참가하면서 육성의 결과를 만끽하게 되죠. '행동-보상'의 반복을 통해서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성장에 대한 보상을 얻는다. 수많은 폐인을 양성하는 RPG의 기본 구조입니다.

RPG는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게임 장르 중 하나에 속해요. 소위 메이저 장르죠. 하지만 이런 주류에서 '강아지 육성'이라는 소재는 거의 쓰인 적이 없었어요. 다마고찌 같은 동물이든 하여간 뭔가 생명체를 키우는 게임이 있었지만 주류가 아닌, 약방의 감초같은 존재였죠. RPG로는 물론 거의 (제가 아는 한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닌텐도는 강아지를 실제로 키우는 경험으로부터 RPG라는 형식에 담을 수 있는 핵심적인 경험을 추출하고(가르치기/ 자랑하기/ 성장을 지켜보기), 그러한 경험에 적용할 수 있는 RPG의 '일부'만을 취해서 게임을 만든 겁니다. RPG라는 검증된 옷을 검증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소재에 맞춰 재단하고, 입혔다는 것이죠.

보통 게임은 게이머에게 게임 속 규칙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닌텐독스는 반대로 현실의 규칙에 게임을 맞춰버린 겁니다. '일반인'이 원하는 경험을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서죠. 그래야 우리가 주는 조개를 받아줄 것 아니냐!

그러니까 위의 설명을 다시 읽어보자면,
  • 사람들이 불만을 느끼는 더 넓은 문화 영역의 틈새(niche) 욕구를 충족
'동물 육성'이라는 소재/ 장르는 많은 돈을 들여서 만드는 게임이 아니었지만, '동물을 키우는 걸 좋아하지만 키울 수는 없었던' 사람들의 욕구를 캐치해서 게임으로 끌여들였다.
  • 게임 디자인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검증된 게임 디자인 기법을 바탕으로, 고유한 게임 경험(original game experience)을 구축
어떻게 끌여들였느냐? 주류 장르 RPG 에서 검증된 게임 디자인 기법을 가져와서 동물 육성이라는 경험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2000년대 중후반 일본에서 논게임과 논게이머로 글로벌 게임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배경이 무엇이었는가. 그건 당시 닌텐도의 휴대용 콘솔 게임기기인 닌텐도 DS의 보급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2006년 일본 내 총 소프트 판매 개수 제작사별 점유율
닌텐도DS 일본 내 월간 누계 판매대수 추이
(집계기간: 2004년 12월 2일~2006년 12월 31일)

통계자료 출처: (TIG)(2007.01.30) 일본인 3명 중 1명 NDS 보유

서울에서 열린 2007년 세계게임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일본 게임전문 미디어 '엔터브레인' 히마무라 히로카드 대표는 2008년 일본 내 닌텐도 DS 보급량이 3,000만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일본 총 인구를 1억으로 산정했을 때, 대략 3명 중 1명이 닌텐도 DS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죠.

물론, 닌텐독스(2005년 4월 발매)가 이러한 닌텐도의 성장세를 견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6년 소프트웨어별 판매량 랭킹(집계기간: 2006년 3월 27일~2007년 3월 25일)
1위와 2위는 포켓몬스터와 슈퍼마리오라는 닌텐도의 킬링 타이틀이 압도적인 비중으로 차지한 것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닌텐독스가 아무런 영향도 없었느냐 하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닌텐독스를 시발점으로 시작된 '논게임'류에 속하는 '두뇌 트레이닝'류의 게임들이 논게임 트렌드를 이어나가며, TOP 10 판매량 순위에서 3, 5, 6위를 차지했으니까요.

닌텐도DS의 두뇌 트레이닝 시리즈는 닌텐독스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 즉 논게이머가 타겟유저였습니다. 저명한 의학 박사를 게임에 등장시키고, 아동 두뇌개발과 노년층 치매 예방에 좋다는 광고를 때렸죠.

아사히신문이 게재한 G7 치매환자 현황(2012년 기준).
위부터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순. 단위: 만명.

보시다시피, 7년이 지난 2012년 치매환자 수로 세계 2위를 찍는 것을 막지는 못했지만,

2005년 당시에도 역시나 노인 치매율 증가가 일본 사회의 이슈였어요. 따라서 '어릴 때부터 두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광고가 가능했던 거죠. 이런 사회적 배경을 등에 업고, 평소 게임을 할 것 같지 않은 유명한 스타들을 CF모델로 기용하는 등, 기능성과 대중성을 확보하고 학부모와 장년층의 주머니를 열었습니다.

일본이 세계 게임시장에서 논게임과 논게이머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최초로 제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2000년대 중후반의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게임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모바일 플랫폼 환경과 매우 '유사한' 환경이 일본에 조성되어 있었죠.

닌텐도DS 등 휴대 콘솔 게임기가 '겁나' 많이 보급되어 있었던 환경 자체에 더하여, 한 손에 잡히는 모바일 게임기는 기존 게임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가져왔습니다.

출처 기사에 따르면, 닌텐도가 당시의 일본 콘솔시장을 지배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음성인식터치스크린 등 새로운 조작체계 ▲저비용 고효율 개발시스템 개인화된 일본 트렌드 등을 반영하면서 ▲매너리즘 ▲높은 개발비용 ▲소프트웨어 판매량 감소를 극복
이것은 전혀 옛날의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시 닌텐도의 성공요인은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게임이 대두되게 된 배경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으니까요. 대작 게임들이 하나같이 WOW식 MMORPG 일변도에 빠지며 매너리즘을 겪었고, 게임개발사는 개발사대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지는 개발비용에 시달렸던 건 일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스마트폰이라는 모바일 기기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터치스크린이라는 새로운 조작체계를 제시했고, 짧은 기간 적은 인원으로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개인화'된 트렌드를 반영한 플랫폼이라는 건 스마트폰이 제2의, 휴대 가능한 PC라는 점에서 두말할 필요가 없었죠.

우리나라가 불과 2, 3년 전 겪었던, PC에서 모바일로의 '대전환' 시대를 일본은 닌텐도를 통해서 조금 더 빠르게, 휴대용 콘솔 기기로 앞서서 맞이했던 거죠. 물론 거의 곧바로 모바일게임이 물밀듯 들이닥치면서 닌텐도를 비롯한 휴대용 콘솔기기 기반 게임개발사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을 겪어야 했습니다만.

구글 플레이의 전세계 매출순위에서 일본에서 내놓은 모바일 퍼즐게임 '퍼즐앤드래곤'이 2012년 2월 출시된 이래, 13년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게임으로 등극했고, 14년 2월 기준 전 세계에서 $1.63B (한화 약 1조 7628억원)의 총매출을 기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2013년 세계 앱 매출 순위 (출처: 앱애니)
'퍼즐앤드래곤'은 퍼즐과 던전 RPG을 섞고, 포켓몬스터와 같은 몬스터 수집 및 육성의 재미를 버무린 게임인데요. 아래는 전투 화면과 몬스터 박스의 사진입니다.


랜덤으로 주어지는 퍼즐 아이콘을 일정 규칙에 따라 드래그해서 배열하고, 규칙을 잘 만족시킬수록 큰 피해를 적 NPC(Non-Player Character)에게 줄 수 있습니다. 아군 몬스터가 무엇인가에 따라 퍼즐을 푸는 방식이 달라지며, 희귀한 몬스터일수록 강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일부 희귀 몬스터는 극악의 퍼즐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괴물같은' 피해를 주죠. '라'라는 몬스터는 5개 색상(속성)의 퍼즐을 한 번에 연결시킬 경우 총 데미지를 6배 증폭시키는데요. 친구의 '라'를 전투에 참여시켜 '라' 2기(5속성 성공시 6x6=36배)로 퍼즐 전투를 진행하는 영상입니다.



이 게임은 어떻게 해서 이런 성공을 하게 되었을까요?

위에서 살펴본 '닌텐독스'의 연장선상에서 이 게임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죠. '닌텐독스'는 2005년 4월, '퍼즐앤드래곤'은 2012년 1월에 출시되었습니다. 약 7년이라는 간극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만.

닌텐독스는 닌텐도DS라는 모바일 콘솔기기를 플랫폼으로, '강아지 육성'이라는 일반적, 대중적 소재에 RPG 게임 디자인을 적용하여, 강아지 키우기라는 경험을 재미있게 풀어내 성공적인 시장 반응을 얻었습니다.

퍼즐앤드래곤은 퍼즐과 RPG의 결합이죠. 사실, 퍼즐앤드래곤의 퍼즐 요소는 강아지 키우기만큼 현실과 맞닿은 것은 아니지만, '대중적'이며 '누구나 안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기본적인 규칙은 놀라우리만치 직관적이며, 간단하기에 배우기 쉽다는 장점도 있죠.

인접한 블럭을 이동 -> 같은 색의 블럭끼리 연결 -> 점수 획득.

퍼즐앤드래곤은 직관적이며 대중적인 플레이 방식에, RPG의 성장/ 육성에 카드 수집의 요소를 버무림으로써, 마치 '마성의 게이가 지내는 방'과 같이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게임으로 현재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지갑을 털고 있습니다.

애니팡이나 캔디 크러쉬 사가도 비슷한 사례인데요, 공통점은 기본 규칙은 직관적이며 매우 이해하기 쉬워서 진입 장벽이 매우 낮은 반면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절묘한 레벨 디자인을 통해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쉽게 진입하여 점차 높은 난이도를 소화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죠.

눈 뜨면 아침이고, '아차' 싶어도 이미 때는 늦은 겁니다. '나의 이 훌륭한 실력에 걸맞은 희귀하고 짱짱쎈 몬스터가 필요해!'라며 몇 만원을 뚝딱 결제해 버렸다거나. 근데 출근이 한 시간 남았다거나. 출근 지옥철에서도 붙잡고 있게 되어버리는...


네.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게임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시절, 닌텐도라는 해달은 수줍게 조개를 내미는 젼나착한 해달이었습니다. 닌텐도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조개가 무엇인지를 자식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해달의 자손들은 이제... Ang...

이제 우리나라 얘기를 좀 해 볼까요, 이 포스팅 제목에는 당당히 쓰여 있지만 결코 언급되지 않았던 비운의 '논게이머(Non-gamer)' 얘기도 좀 하구요.

?: 논게이머 얘기를 하지 않은 건 실수가 아냣...!! 큭...

??: 친구, 너무나 먼 길을 와 버렸다네, 이미...

???: 이미 써놓은 글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라능!

(자아분열 중)

논게임이 게임과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니듯, 이로부터 파생된 용어 '논게이머' 또한 게임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논게이머에 대한 일반적 혹은 공식적인 정의를 찾지 못했습니다. 제가 그것을 정의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구요.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다른 자료의 힘을 빌어 설명을 진행하도록 할게요.


지난 포스팅에서도 소개했던 발표자료입니다.이 자료에 따르면, 논게이머의 특징은 3가지로 요약됩니다.

1. '게임'이라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
2. 자신이 '게이머'라는 자각이 전혀 없다.
3. 게임내 콘텐츠에 대한 기준이 게이머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


게이머와 논게이머가 구별되는 지점은 '취향'과 '기호'에 있습니다.

게이머는 자신만의 명확한 '취향'을 갖고 있기에, '취향'에 맞는 게임에 한하여 지갑을 열죠. 반면, 자신의 취향이 아닌 경우 취향에 맞는 게임에서의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A 게임에선 4500원이면 뭘 살 수 있는데, 그닥 끌리지 않는 이 게임에서 4500원을 쓰면 그만큼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을까?'

당연히 거의 돈을 쓰지 않겠죠.

반면, 논게이머는 이런 '취향'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게임을 많이 접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대신에 이들은 자신의 '기호'에만 맞는다면 아낌없이 지갑을 엽니다. 자신의 기호에 따라서 아메리카노 한 잔에 4500원을 지불하는 것과 같이, 게임 속 아이템에 4500원을 씁니다.

이렇게 말하면, 논게이머가 무슨 기부천사라도 된다는 듯 말하는 것 같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습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의 경우 게임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피드백(욕)을 합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충성도가 높은 집단이기에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욕도 애정이 있어야 하는 거죠.

"난 이 게임 재밌어서 계속 할라는데 왜 자꾸 똥탕을 쳐!"라는 메시지죠.


반면 논게이머는 이러한 피드백이 없습니다. 게임이 자신의 '기호'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말도 없이 그대로 게임을 지워버립니다. 그들의 피드백은 오로지 매출액과 같은 지표에서만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게이머로서의 자가인식이 없다는 건 바로 이런 의미죠.

게이머들은 '여러 게임을 두고' 4500원을 어디에 쓰면 만족이 최대화될지를 생각합니다. 게임의 경쟁자가 게임이죠. 그러나 논게이머는 게임 결제를 친구와 커피 마시기라거나, 담배값이라거나, 책을 산다거나 하는 실제 생활 속 소비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 결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게이머로 구성된 게임과는 게임을 운영하는 것이 전혀 다른 일이 됩니다. 게이머들은 일단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쉽게 떠나지 않고 피드백을 마구마구 주면서 바꾸라고 외치기라도 하지만, 논게이머는 그대로 시장에서 이탈해 버리거든요.

자 이쯤이면 논게임과 논게이머에 대한 대략적인 배경과 설명을 마치고, 위 발표자료의 주인공인 '에브리타운' 게임의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볼까요.

아래 슬라이드는 2011년 5월 슬라이드쉐어에 게시된 '에브리타운 유료화 성공전략'입니다. '에브리타운'이 출시되기 전, 즉 유료화 파트에 대한 출시전 기획방향이 담긴 PPT에요.


이 슬라이드를 보시면, 출시 전 이 게임이 상정한 메인 타겟은 19-24세의 여성 유저이며, 기능보다 비주얼을, 가격보다 퀄리티를 중시하는 '감성소비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료화 성공전략은 이런 것이었죠.



'에브리타운'은 애초부터 모바일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PC 기반 온라인 게임이었다가 이후 모바일로 넘어온 것이죠. 원래 게임에서는 여성 유저들에게 미려한 디자인을 내세운 '꾸미기 아이템'이 인기였고, 그 방향성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었죠.

그러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게 됩니다. 첫 업데이트, 두 번째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나타나는 매출 그래프가 예상과는 전혀 달랐어요. 사람들은 '꾸미기'보다 '생산'쪽에 훨씬 더 돈을 많이 쓰고 있었던 겁니다. 생산속도 부스터, 생산 즉시완료, 퀘스트 패스 등등.

이러한 것을, 기획 수업에서는 '시간을 파는' 유료 아이템이라고 들은 기억이 나네요. 게임을 즐길 시간은 충분치 않지만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짧은 시간에 높은 효율을 보장함으로써 '시간'을 파는 것이죠. 오랜 시간의 플레이가 요구되는 높은 레벨의 계정을 돈 주고 사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뭐 그래서, 에브리타운은 기획단계에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유료 생산시설'을 시험삼아 내놓게 되었습니다. 물론 기존 생산시설보다 월등한 생산량과 생산속도를 자랑했죠. 그리고 매출은 당연히 수직상승.

19-24세의 여성을 타겟으로 삼았지만, 실제 게임에는 중년 남녀가 예상 밖으로 많이 참여하고 매출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지표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기호'가 무엇인가를 표출한 겁니다. 그것을 캐치하는 것은 당연히 매출의 증대를 불러왔고요.

'꾸미기'게임에서 '생산'게임으로 게임 콘셉트가 변화한 겁니다.

이러한 게임 주요 이용자의 변화는 기획자로 하여금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청합니다. 전통적인 게이머의 취향을 만족시키기만 하면, 즉 게임성을 갖춰 놓기만 하면 게임이 성공한다는 공식이 모바일 환경에서는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죠.

게임 출시 후 기획자는 유저가 아닌 '고객'에게 만든 게임을 유지/ 보수하는 '운영'이 아닌 그들의 욕구(니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서비스'를 해야 하게 된 겁니다. 출시 전 기획을 이 사례와 같이 뒤엎고 새로운 방향성을 잡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그 연장선상에서, '에브리팜'은 이 게임이 굳이 '게임'이라는 것을 내세우지 않고 철저히 고객 중심의 입장에서 출시 후 운영을 진행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에브리팜'의 고객들은 '에브리팜'을 게임이라기보다 자신의 재미에 기여하는 기호상품 중 하나였으니까요.

음. 그 고객들이 '에브리팜'을 게임으로 인식한다면 어떤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가, 이건 생각해 볼 여지가 좀 있겠네요. 뭐그래서 '에브리팜'은 '서비스'로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진행했습니다.

SNS 서비스와 유사한 게임 내 인터페이스를 마련하고, 게임과 거리가 먼 꽃미남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한정판 비매품 아트북을 제공하거나 세심한 스토리텔링을 추가하면서 현실 속 '프리미엄' 상품들과 동일한 느낌, 프리미엄 이미지를 주는 데 주력했죠.

그래서 이 자료의 최종 요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까지 논게임과 논게이머에 대해 살펴봤어요.

중간중간 곁가지를 치느라, 역대급으로 괴랄한 분량의 포스팅이 뽑혔습니다.

아닌가...? 모르겟군여... 음... 앞으로도 이렇게 할 자신이 없엉...

는 fake

ㅈㅅ

논게이머란 기존의 게임업계에 있어서는 정말이지 '별에서 온 그대'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듯합니다. 뭐,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별에서 돈뭉치를 싸들고 온 그대' 정도랄까. 이게 절대 나쁜 말은 아닙니다. 게임이 더 다양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감에 따라서 명백한 주류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물론 우리나라는... 좀 그게 덜한 것 같아 유감입니다만.

하지만 게임산업이 늘상 그렇듯, 이 또한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캐주얼 장르가 강세를 떨치던 기존 모바일 시장은, 서서히 어느 정도의 게임 이해도와 숙련도가 요구되는 미드코어로 넘어가고 있거든요. 그리고 모바일 시대 초창기(라고 해봤자 불과 수 년 전입니다만)만큼 불같이 성장하며 기회가 넘치는 시장에서, 성장률이 점차 감소하고 시장의 포화도가 새빨갛게 증가하고 있는 형국이지요.

모바일게임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2011년, 2012년까지 '논게이머'라 불린 사람들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논게이머'들이 아닙니다. 쏟아지는 모바일게임의 홍수 속에서 많은 게임들을 접했고, 어떤 이들은 지나친 과금유도 정책에 회의를 느끼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갔으며, 일부는 일정 수준의 '게이머'가 되어 시장에 남았죠. 자, 그리고 2014년의 파릇한(?!) 논게이머들 또한 시장에 진입하고 있고요.

그래서 이 다음 번 포스팅에서는 더 최근의 이야기들을 다룰 겁니다. 확실한 과거의 사실 정보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나 저의 주관적인 전망을 다소 가미할 예정이예요. 제가 아는 게 별로 없다보니까 얼망쿰 신빙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종류가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음은 명백합니다. 모바일 게임 트렌드가 점차 미드코어로 움직이는 현재가 그것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출처: [게임테크2013] "하반기 트렌드는 미드코어" 카카오 게임이 짚은 모바일시장
관련 기사: 모바일게임, 미드코어 장르를 둘러싼 3대 쟁점
캐주얼 아성 무너뜨리며 시장 중심 장악 … 장르에 대한 이해가 영향력 확대의 핵심

자, 여기서 저는 이만 글을 마칩니다.

다음에 또 만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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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핑크 가라사대

스무 살에 이걸 하고 다음에는 저걸 하고, 하는 식의 계획은 내가 볼 때 완전히 난센스다. 완벽한 쓰레기다. 그대로 될 리가 없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할 수 없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