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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5일 토요일

[스압][포켓몬 大특집] 피카츄가 살아가는 게임 속 세상은?

안녕하세요. 게짖갭니다.

서울에서 피카츄 쇼타임이 열린다는 소식을 어제 접하고 이번 포스팅을 준비해 봤어요. 이 글은 포켓몬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은 분들(중 포켓몬 게임이 궁금하셨던 분들)을 위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이미 자신이 '포덕'이라면, 조금 재미없는 글이 될 수도 있음을 알려드려요.


아... 너무 귀엽짜나...!!!!!!!!!! 귀욤귀욤!_!

저는 원래 귀여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해는 없으시길 바라요. 미소녀가 그려진 베개를 베고 잔다거나, 미소녀 피규어를 밥상 위에 올려놓고 오붓한 식사를 즐기는 덕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전 그냥 이런 부류의 사람인데요.


가끔 이렇게 변신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제 인생게임(??)인 포켓몬스터와 관련된 것을 접할 때 그렇습니다. 저의 의지와는 무관한 겁니다. 강제로 당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인터스텔라를 본의 아니게 2번이나 봐 버렸기에 이번 포스팅은 그와 관련해서 써 볼까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이 포스팅을 쓰는 겁니다.

이제 쓰기 시작했는데도 벌써 즐겁네요.

피카츄 쇼타임! @한국&일본




'피카츄 쇼타임' 행사의 개요는 위 사진에 나온 대로입니다. 바로 내일과 내일모레, 14시부터 18시까지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어울림광장에서 1일 4회 열린다고 해요. 위에서 보신 것과 같이, 피카츄들이 도심 한복판을 줄지어 걸어다니는 오프라인 이벤트죠.

이 행사는 서울시가 주관하는 '포켓몬 챔피언스 데이' 전시회의 일환으로 진행된다고 해요. 뭔가 러버덕의 바톤을 터치하는 느낌이죠. 암컷 피카츄가 한 마리 끼어있다는데 이것만으로는 역시 심심한 느낌입니다. 물론 전 보러 갈 겁니다만...

조사를 해 봤더니, 올해 여름 일본 요코하마에서 이 인형탈을 사용한 '보다 본격적인' 포켓몬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ピカチュウ大量発生チュウ! at 横浜みなとみらい」(피카츄 대량발생츄! at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행사는 <포켓몬 the movie XY(파괴의 고치와 디안시)>라는 영화의 흥행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해요. 개봉 이틀만에 현장관객 순위 1위를 차지했다니, 포켓몬스터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죠.

8월 2일 요코하마의 아카렌가 파크에서 50마리의 피카츄가 등장한 것에 이어, 8월 9일부터 17일까지 총 1000마리의 피카츄가 요코하마 미나토라이 곳곳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모바일 앱 지도를 배포하여 참여자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를 손쉽게 알 수 있었고요.



애니메이션의 왕국인 일본답게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들이 넘쳐났다고 하네요. 미나토미라이의 주요 거점(파시피코, 아카렌가 창고, 랜드마크 타워, 코스모W 등)에서 '피카츄 플래그', '포켓몬스터 출장소', '포켓몬☆키즈 카니발' 등 각양각색의 오프라인 이벤트가 벌어졌어요.


 


물론 이것뿐만은 아닙니다. 각 거점에서는 총 5가지 다른 닉네임을 가진 '피카츄'를 배포했거든요. 실제 피카츄는 물론 아닙니다. 포켓몬 게임이 설치된 게임기에다 한정판 피카츄의 데이터를 전송받는 것이죠.

라이트한 일반 시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하하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진성 포덕(포켓몬 덕후)들이죠. 제한된 배포 시간 내에 5종의 피카츄를 모두 GET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미나토미라이 전역을 벌떼처럼 몰려다니는...


어휴 덕후냄새ㅋ 노답ㅋ

(가고싶다...)

이러한 이벤트를 조금 더 깊숙하게 들여다 볼까요. 그 전에, 그러면 포켓몬스터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좀 해 보겠슴다.

피카츄가 현실세계에서 '대량발생'한다는 것의 의미?


포켓몬스터 만화는 거의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러한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원작이 게임이란 사실은 모르는 분이 많을 거예요. 포켓몬 게임 시리즈의 첫 작품은 96년 2월에 발매되었는데요, 게임프릭(GameFreak)의 사장인 타지리 사토시가 무려 6년을 준비해 세상의 빛을 본 게임이었죠. (일판 포켓몬스터 주인공의 이름 '사토시'는 사장의 이름을 땄습니다)

포켓몬스터 게임은 150여마리(이후 계속적 추가)의 포켓몬들을 모두 잡아 '포켓몬 도감'을 완성하는 걸 최초의 목표로 부여받은 후, 체육관 관장을 이기고 로켓단의 음모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몬스터를 수집하고, 성장시키며 모험을 하는 게임입니다.

6년이라는 시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포켓몬스터는 그야말로 수많은 게임 장르가 공들여 결합된 웰메이드 타이틀입니다. 크게 보자면 '다마고치'의 육성에 RPG(역할수행게임, Role-Playing Game)의 스토리/모험/도전/성장/보상을 결합한 게임이죠. 여기다 던전, 퍼즐게임의 요소까지 포함한 포켓몬은 무쟈게 넓은 장르를 아우르는 종합 게임이라 할 수 있어요.

소개는 이쯤에 마치고, 다시 이벤트로 돌아가 볼까요. '피카츄 대량발생' 이벤트는 단순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포켓몬스터의 대표 캐릭터를 마구마구 거리에 푼 것이 아닙니다. 대량발생은 훨씬 예전부터 있어왔던 포켓몬 게임의 시스템 중 하나거든요.


위 사진처럼 포켓몬스터 게임에서 수풀 지역을 이동하면, 일정 확률로 야생 포켓몬과 만나서 전투를 진행하게 되는데요. 각 지역의 수풀은 평소에 출현하는 포켓몬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특정 구간의 수풀에서는 꼬렛/ 구구만 출몰하는 식이죠.

하지만 예외가 있는데요, 평소에는 출현하지 않거나 매우 희귀한 확률로 출현하는 포켓몬이 특정 시간대에 대량으로 출몰하는 겁니다. 그걸 '대량발생'이라고 해요.


그 대표적인 포켓몬으로는 '잉어킹'의 계보를 따라가는 포켓몬 '힌바스'가 있어요. 잉어킹 이상의 잉여력을 갖춘 말도 안 되게 약한 포켓몬인 주제에, 대량발생이 아니면 잡기가 굉장히 힘든 포켓몬입니다. 하지만 이 녀석이 진화하면,


갸라도스의 여자 버전이라 할 법한 미로카로스가 됩니다. '세계 제일로 아름답다고 하는'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물 포켓몬 중 상위권에 속할 만큼 강력한 포켓몬이기도 합니다. 레알 짱짱 쎄요. 적으로 마주치면 눈앞이 컴컴해지고요.

피카츄도 마찬가지예요. 포켓몬을 대표하는 상징성 때문인지, 게임 상에서는 그렇게 강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야생에서 마주치기가 상당히 힘들죠. 그래서 아주 가끔 돌아다니다가 운 좋게 대량발생이 일어나면 잡을 수 있는 거죠.  '피카츄 대량발생'이 오프라인에서 일어난다는 건, 포켓몬 게임을 해 본 사람들에게 바로 이러한 의미가 담긴 겁니다.

현실세계가 곧 포켓몬스터 게임 속 세계가 되고, 그 곳에 있는 자신들은 바로 포켓몬 마스터를 꿈꾸는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는 것이죠. 게다가 운 좋게 피카츄가 대량발생하고 있는 수풀 한가운데에 있는 겁니다!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지! 물론 성인 포덕들은 포덕포덕거리며 내색하지는 못해도 마음 속으론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심니다.

어려워 보이지 않아요, 실제로도 어렵지 않아요


아마도 여러분 중 포켓몬스터 게임에 대해 '들어만 본' 분이라면, 이런 게 게임에 있었구나 싶으실 겁니다. 포켓몬스터는 포켓몬 잡는 거고, 그게 게임이면 포켓몬 잡는 게임이라고만 대략 추측하셨을 거고요.

맞아요. 포켓몬스터 게임은 포켓몬을 잡는 게임이죠. 그리고 흔히, 만화/ 애니메이션의 이미지와 함께 다소 투박하고 어린 아이들이 즐길 법한 2D 그래픽을 떠올리실 거라 생각해요.


바로 이런 그래픽, 96년도 발매된 첫 포켓몬게임 시리즈 중 하나인 '포켓몬스터 레드'의 같은 이미지요. 투박한 도트 그래픽 + 흑백. 확실히 이미지만 놓고 보면 굉장히 '라이트'해 보입니다. 뭔가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결코 어렵다는 인상도 아닙니다. 버전이 올라갈수록 그래픽은 점점 세련미를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심플함을 유지하고 있어요.


포켓몬스터는 절대 어려운 게임이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무 포켓몬이나 잡아서 열심히 성장을 시켜주기만 해도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체육관을 하나하나 격파하고, 로켓단도 때려잡고, 종국에는 '사천왕'이라 흔히 일컫는 녀석들까지 격파한 뒤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것. 모두 할 수 있습니다.

포켓몬스터는 물, 불, 풀, 전기, 바위, 땅 등의 여러 타입을 갖는데요. 그 중 가장 약한 타입(ㅜㅜ)로 평가받는 벌레포켓몬으로만 진행해도 엔딩을 보는 것이 가능할 정도죠. 흔히들 아시는 단데기가 최종 진화한 버터플이나, 뿔충이가 최종 진화한 독침붕 같은 녀석들요.


벌레 포켓몬 얘기가 나온 김에, 제가 가장 아끼는 포켓몬들 중 하나인 껍질몬(ヌケニン, shedinja)을 소개해드릴까 해요

타입은 벌레/고스트. 하얀 고리를 타고 금방 승천할 것 같은 병약한 모습이죠. 그에 걸맞게 HP(Health Point, 체력)는 고작 1입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한 대만 맞으면 골로 간다는 겁니다

대신 이 녀석에게 불리한 속성, 즉 바위/ 불/ 비행 등의 공격이 아니라면 그 어떤 공격도 무효화시키죠. 특정 속성의 공격을 할 수 없다면, 이 녀석은 그야말로 무적이 됩니다. 컨셉이 엄청나게 명확한 녀석이기도 하고, 저랑 좀 닮은 것 같기도(...) 해서 예뻐라 해요.

포켓몬이 수 세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포켓몬들이 추가됨에 따라, 껍질몬과 같이 특정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포켓몬들이 늘어났어요. 갸라도스가 파괴광선 쏘고, 뮤츠가 싸이코 키네시스를 난사해서 끝장내는 전투 방식이 점점 다양해진 거죠.

그에 따라, 같은 포켓몬이라도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가가 점점 중요해집니다. 포켓몬은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자력으로 기술을 배우기도 하고, '기술머신'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해 가르칠 수도 있고, 교배를 통해 기술을 획득하기도 하는데요.

문제는 포켓몬 한 마리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4개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


위 사진에서 불덩이에 휩싸인 포켓몬은 로켓단의 로이가 쓰는 '또가스'가 진화한 '또도가스'라는 녀석입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기술은 '자폭'. 자신의 HP와 상관없이 무지막지한 데미지를 주지만, 동시에 자폭한 포켓몬도 함께 기절하는 기술입니다.

언젠가 한 번은, 또도가스가 이 기술을 쓰는 게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뭔가 굉장히 '또도가스 스럽구낭' 싶었던 겁니다. 적의 공격을 실컷 받아내며, 방구탄을 날리고 독을 걸고 귀찮게 하다가, HP가 거의 다 떨어져서 빈사 상태일 때 자폭으로 상대를 길동무 삼는 겁니다. 이 얼마나...!!!! 로망인가...!!!!!!!

하지만, 또도가스는 자폭 말고도 다른 좋은 기술들을 많이 배울 수가 있어요. 화력을 최대한도로 끌어내는 '정석' 기술배치에 자폭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저는 잠시 고민했지만, 곧 기술 하나를 흔쾌히 지워버리고 자폭을 배우게 했습니다. 그리고 신나게 또도가스를 팡팡 터트리며 적들을 물리쳤죠. (케케케)

하지만 여기까지는 누구나 플레이하면서 알 수 있는 것들이에요.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닌 법. 포켓몬의 매력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그 이상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깊은(=노가다성이 짙은) 수준의 게임으로 돌변한다는 데 있죠.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함정들: 종족값, 개체값, 노력치 + (교배 & 유전)


이번에는 '럭키'라는 포켓몬을 예로 들어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해요.


하아... 
귀엽당...
귀엽지만... 

포켓몬 게임의 세계에서 럭키는 핑크악마라고 불립니다. 
왜 그러냐구요? 지금부터 찬찬히... 저 웃음 뒤에 감춰진 악마를 끄집어 내 보겠습니다. 

출처: 한국 포켓몬위키!



위의 표가 게임 속 럭키의 능력치입니다.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HP: 체력. 상대에게 공격받으면 감소, 0이 되면 기절.
공격: 물리 공격력. 수치가 높을수록 상대에 대한 물리 공격 피해량 증가.
방어: 물리 방어력. 수치가 높을수록 상대의 물리 공격 피해량 감소.
특수공격: 마법 공격력. 수치가 높을수록 상대에 대한 마법 공격 피해량 증가.
특수방어: 마법 방어력. 수치가 높을수록 상대의 마법 공격 피해량 감소.
스피드: 민첩성. 수치가 상대보다 높으면 선제공격한다.

종족값

포켓몬의 '종족값'이란, 포켓몬 각 종류마다 매겨진 고유한 능력치입니다. 위 6개 종류의 능력치는 고유한 종족값에 따라 상승하게 되는 것이죠. 보시다시피, 럭키는 HP가 밑도 끝도 없이 높고 특수방어도 굉장한 수준입니다. 스피드는 느린 편이고, 공격/ 특수공격 쪽은 최하위 수준이고요.

종족값에 따른 능력치만 놓고 보면 럭키는 소위 '고기방패', 즉 엄청난 맷집에 특화한 대신 공격력을 포기한 포켓몬입니다. 저 천사다운 외모와 어울리는 컨셉이죠. 후덕한 평화주의자라고 할까요.

개체값교배

기본 베이스는 종족값을 따르지만, 종류가 같다고 실제 능력치가 같은 것은 아닙니다. 같은 품종의 개라고 하더라도 몸집, 다리길이, 이빨의 강도 등이 저마다 조금씩 다르듯이 포켓몬도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편차가 존재합니다. 편차에 따라서 100레벨이 되었을 때 능력치가 엄청나게 차이가 날 수도 있게 돼죠.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노가다가 필요합니다. 야생에서 높은 개체값을 가진 포켓몬이 나올 때까지 주구장창 같은 포켓몬을 포획하거나, 높은 개체값을 가진 아기 포켓몬이 태어날 때까지 계속해서 교배 작업을 시키는 거죠.

교배의 경우 부모 포켓몬이 원칙적으로 같은 '종'에 속해야 가능한데요. (예시-새 포켓몬, 물고기 포켓몬 등) 부모로부터 랜덤하게 '성격'과 '개체값'을 물려받습니다. 원빈과 김나영이 낳은 아기가 잘생기고 예쁠 확률이 일반인의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비유를 들 수 있겠네요...

눙물ㅜ,ㅠ

노력치

부익부 빈익빈도 아니고 태어날 때 모든 능력치가 결정되어 있다면 그건 좀 억울하겠죠.

그래서 포켓몬의 세계에는 '노력치'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노력에 따라 능력치가 상승하는 수치인데요. 6개 능력치 중 스피드가 가장 높은 구구를 주구장창 잡았을 경우, 주구장창 잡은 그 포켓몬의 스피드 능력치가 상승하게 되는 것이죠.

(물론 무한정 상승하는 것은 아니고 한계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 노력치를 어디에 분배해 줄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포켓몬 육성 방향을 정하는데요.

1. 강점을 더욱 특화한다
2. 약점을 보완한다

럭키의 경우에는 1번과 2번이 모두 해당되는 방향으로 노력치를 배분해주게 됩니다. HP(체력)에 노력치를 몰아줘서 더욱 더 피통을 늘려줌과 동시에, 약점인 '(물리)방어' 능력치에도 노력치를 줘서 내구력의 유일한 약점을 보완해주는 거죠.

이게 끝이 아닙니다.

-'대담한' 성격: 방어 능력치 1.1배 증가/ 공격 능력치 0.9배 하락
-아이템 '진화의 휘석' 착용: 방어 능력치/ 특수방어 능력치 1.5배 증가
-럭키 고유의 특성 '자연회복': 교체하면 모든 상태이상 회복

노가다를 통해서 높은 개체값을 지닌 럭키가 위 세 조건까지 만족하게 되면, 이때부터는 럭키가 단순한 탱커가 아니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불러보고 싶군요.

"불멸자"라고...
그리고 늘 이런 말을 하고 다닐 것 같네요.

'난 당신을 못 이기지만, 당신도 날 이기지 못할 거예요^0^'

여기에 위에서 말씀드린 4가지 기술을 다음과 같이 구성하게 되면...

1. 작아지기: 사용할 때마다 회피율이 증가한다.
2. 맹독: 상대방을 맹독 상태로 만들어 매 턴 데미지를 줌. 턴이 지날수록 맹독 피해량 증가.
3. 알낳기: 자신의 최대 HP의 절반만큼을 회복. 동료 HP를 회복시킬 수도 있다.
4. 대타출동: 자신의 HP를 조금 깎아 분신을 만든다. 분신은 상대의 공격을 대신 받는다.



누구든 붙잡고 부모님 안부를 여쭤보고 싶어지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도저히 죽일 수가 없어요. 죽지 않아요. 때리려고 하면 피하거나, 실컷 때려도 금세 회복하거나, 아주 대타를 내보내고 맹독을 지치지도 않고 걸어오는 존재.

'죽지 않는 럭키'를 소재로 이런 동영상 패러디가 나오기도 했죠.


엔드 콘텐츠 - PvP


앵간히 포켓몬 게임을 즐기지 않았다면 알기 힘든 이런 시스템은 왜 존재할까요? 사소한 능력치 1의 차이는 게임 플레이에 거의 아무런 지장도 없는데 말이죠. 그건 단순히 포켓몬 덕후들이 '덕후이기 때문에' 일 수도 있지만, 포켓몬의 꽃은 역시 다른 사람들과 자신만의 포켓몬들로 대전을 벌이는 것이며, 그 대전은 곧 '한 끗 차이'의 승부이기 때문입니다.

PvP가 포켓몬스터의 엔드 콘텐츠인 이유는, '게임 내에서 가능한 최고의 능력치를 가진' 포켓몬을 만들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들 외에도 많은 방법들을 통해 오랜 시간 노가다를 거쳐야만 하고, 그러한 포켓몬들로 최상의 조합을 완성하는 것 또한 포켓몬스터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전략을 요구하기 때문이고요.

6세대까지 나온 현재 포켓몬의 수가 700종을 넘어서고, 포켓몬 기술도 추가되면서 그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다양한 전략의 조합이 가능해졌어요. 전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가진 포켓몬스터는 매년 '포켓몬 월드 챔피언십' 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는데요.

올해 2014년 경기에서는 한국 대표로 출전한 박세준 트레이너가 우승을 차지했죠. 그의 우승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물론 포켓몬 팬들에게만... 일지도...) 그 이유는, 내로라하는 강력한 포켓몬들을 상대로 '대회에서는 결코 누구도 사용한 적 없는' 약한 포켓몬인 '파치리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강력한 상대 포켓몬들을 쓰러트린 겁니다.

대체 어떻게 파치리스를 사용했던 걸까요?


파치리스의 종족값은 400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고 상대의 포켓몬 종족값은 600대였죠. 누가 봐도 가망이 없는 싸움임에 분명했어요. 파치리스는 아무것도 못 하고 쓰러질 거라 다들 생각했죠. 애시당초, 파치리스가 왜 '고래 싸움'에 끼어든 것인가 의아해 할 뿐이었어요.


포켓몬이 각 2마리씩 출전해 싸우는 더블 배틀. 파치리스의 옆에는 한카리아스라는 용 포켓몬이 있습니다. 한카리아스는 공격력이 발군인 대신 맷집이 튼튼하지 못하고, 파치리스는 내버려 둬도 별 볼일 없어 보였죠. 상대 트레이너는 당연히 세준의 한카리아스에게 공격을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반전이 일어났어요. 파치리스는 '날따름(Follow Me)'이라는 기술을 사용해서 상대방 포켓몬들의 공격을 혼자 받아냈습니다. 용 포켓몬 기술 중 최고 위력기에 속하는 '용성군'을 버텨냈죠. 한카리아스가 맞았다면 한 방에 골로 갔을 겁니다. 하지만 파치리스가 시선을 끌어 공격을 받아준 덕에, 파치리스와 함께 출전한 한카리아스는 순조롭게 상대의 두 포켓몬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위에서 설명드린 이른바 '갓치리스'의 실제 경기 영상입니다. 
(2분 50초부터 보세요!)



가장 압권인 장면은 3분 42초 부근부터. 고위력기 '용성군'을 아슬아슬하게 버텨내는 파치리스의 모습이죠. 누구도 파치리스같은 작은 포켓몬이, 용 포켓몬의 필살기를 버틸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경기장의 팬들은 예상치 못한 파치리스의 활약에 환호성을 질렀어요.

이 경기가 끝난 뒤, 전세계 포켓몬 커뮤니티에서는 이와 관련한 팬픽들을 쏟아내고 관전평을 올리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유튜브에는 세준의 경기와 사용한 포켓몬을 분석한 영상들이 속속 게시되었죠.

이후 한동안 우승 트레이너인 박세준은 '갓세준'으로, 그가 사용한 파치리스는 '갓치리스'라고 불리며 커뮤니티 내에서 추앙받았습니다. 뭐 저도 거기 동참한 1人이고요. ㅋㅋ

상황을 극적으로 잘 그려낸 팬픽 하나를 가져와 봤어요.



이제 슬슬 글을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포켓몬스터 게임에 관해 들어만 봤거나, 해보긴 했지만 하다가 말았던 분들에게 '이건 이런 거다'라고 소개하는 포스팅이었는데요. 쓰다가 보니, 막판에 2014 포켓몬 월드챔피언십 내용을 쓸 때는 다시금 혼자 피가 끓어올랐네요.

타임머신이 있다면, 뭐 여러 선택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제가 포켓몬스터를 몰랐던 시절로 가고 싶네요. 포켓몬 커뮤니티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열심히 숨겨진 것들을 찾고 공략을 쓰고 하던 시절도 기억나고요.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여러분들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무엇을 계속 좋아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네요. 저는 뭐 맨날 게임 얘기만... (;;)

무튼.
이번 포스팅으로 포켓몬스터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셨다면 좋겠네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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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핑크 가라사대

스무 살에 이걸 하고 다음에는 저걸 하고, 하는 식의 계획은 내가 볼 때 완전히 난센스다. 완벽한 쓰레기다. 그대로 될 리가 없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할 수 없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