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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8일 화요일

치유와 여행을 게임에 담아내다, <저니(Journey)>


이제 완전한 겨울이네요.

초겨울 따위에게 난방비를 지불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여태 난방을 틀지 않고 있었습니다만 결국 굴복해 버렸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좋을 수가 없더라구요.

(없는 행복을 이렇게 해서라도 만들어야...!!)

등따숩고 배부르니 곡 하나가 생각났어요. 겨울잠 자러 동굴로 기어드가는 곰탱이마냥 겨울만 되면 찾게 되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피아노 연주곡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Merry Christmas Mr. Laurence)'인데요.


사람으로 태어나서 싫어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뭐 그저 그래'를 넘어서 '싫어한다'고 말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인 것들요. 예를 들자면 아기, 노래, 음식, 연애같은 것들 말이죠.

여행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류이치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저는 한겨울 낯선 곳을 여행한 기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해요. 왜 하필 한겨울이냐 하면, 저 노래가 한겨울이기 때문에...(??)

각설하고, 이번 주에는 '걷기', '여행'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그에 앞서 2012년 게임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저니(Journey)>라는 게임을 맛보기로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2012년 초, PS3(콘솔 게임기) 타이틀로 발매된 게임 <저니>는 GDC2013 게임 개발자 초이스 어워드의 11개 부문 중 6개를 휩쓸며 '올해의 게임'으로 등극한 타이틀입니다. 상을 이렇게 많이 받았다니, 레이저빔이 빵야빵야하고 형형색색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그런 게임을 생각하셨을 수도 있는데요.

사실 <저니>는 그와 정반대의 게임입니다.


<저니>는 사막을 여행하는 게임입니다.

끝.

(...?)

<저니>의 개발사는 기획 초기 단계부터 '반드시 바꿔서는 안 될' 두 가지를 정했다고 해요. 

  1. <저니>는 유저가 사막에서 여행을 하는 게임이다.
  2. 절대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 다른 플레이어와 협동하며 게임을 풀어 나간다.

그리고 게임을 완성해 출시할 때까지 두 원칙을 지켰다고 합니다. 당연한 것처럼 들리고, 또 당연해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쉽게 이루기 힘든 부분이죠.

밀어닥치는 난관을 극복하고, 때론 적을 물리치며 가상 공간을 구석구석 '탐험'하는 것이 아닌 '여행'하는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필요했다고 하네요.

여행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실험이자 모험이었던 만큼, <저니>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종류의 게임입니다. 목표(빛나는 산)가 있고, 수 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퍼즐과 타이밍에 맞춘 조작 등이 요구되는 어드벤처 게임의 요소도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다릅니다.

게임 웹진&커뮤니티인 인벤의 리뷰 기사 [리뷰]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없다? 유쾌한 반론, 저니 (Journey)에서 한 문단을 그대로 가져와 봤어요.
이상한 점은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게임 플레이'는 자꾸 망각하고 저니의 그래픽과 사운드, 그리고 카메라 시점이 어우러지며 창조하는 '아름다움'에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말 몇몇 장면에서는 게임패드를 쥐고 있는 손에 저절로 힘이 빠지면서 오직 화면만 바라보게 된다. 강렬한 감정의 출렁임을 느끼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는 것. 저니의 가장 큰 매력이자 플레이를 지속시키는 진짜 원동력이다.
<저니>를 플레이해 본 사람들은 이 게임을 '힐링 게임'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도대체 저니라는 게임은 무엇이 어떻게 다르길래 '플레이'가 아닌 '아름다움'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어떻게 게임에 '힐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었을까요?

다음 포스팅은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할 겁니다.

음악으로 시작한 김에, <저니>의 배경음악을 끝으로 이번 포스팅을 마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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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핑크 가라사대

스무 살에 이걸 하고 다음에는 저걸 하고, 하는 식의 계획은 내가 볼 때 완전히 난센스다. 완벽한 쓰레기다. 그대로 될 리가 없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할 수 없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