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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7일 일요일

CASE STUDY 1-1: 알레고리를 통한 <워킹 데드> IP 이식과정 분석

안녕하세요 게짖갭니다.

지난 포스팅에 이어, 오늘은 실제 IP게임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려고 해요. <와라! 편의점>과 <인터스텔라>는 분량상 후일을 기약하고... ㅜ.ㅠ <워킹 데드(Walking Dead)>의 IP게임 하나를 요모조모 뜯어볼 겁니다.

1. 알레고리란 무어신가
2. 원작 IP: <워킹 데드>
3. IP 게임: <워킹 데드 더 게임>
목차처럼 안 보이지만 목차입니다. 이 순서대로 살펴볼 거에요. 그럼 시작ㅋ

1. 알레고리란 무어신가

알레고리는 주로 문학에서 사용되는 어떤 표현 양식을 일컫는 말입니다. 아브람스(M. H. Abrams)의 『문학용어사전(A Glossary of Literary Terms)』(최상규 역)에 따르면 알레고리란,
전통적으로 알레고리는 추상적인 개념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다른 구체적인 대상을 이용하여 표현하는 문학형식이다. 또한 알레고리는 행위자(agent)와 행동 때로는 그 배경(setting)까지가 축어적이거나 일차적 수준에서 일관된 의미를 구성하고 또 행위자의 개념과 사건의 이차적이고 상호연관적인 수준을 의미하도록 고안된 서사물이다.
라고 하네요.

벌써 잠이 오는 것 같은 느낌적인 필링이랄까... 운명의 데스티니랄까...

좀 더 쉽게 알아볼까요.


조지 오웰이 쓴 소설 『동물농장』을 예로 들겠습니다. 동물농장 위키에 따르면,
동물 농장》(動物農場, Animal Farm)은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이 1945년에 출판한 풍자 소설이다. 표면적인 내용은 한 농장에 살던 동물들이 주인을 쫓아내고 직접 농장을 운영하지만, 결국은 부패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라고 하네요. 네, 제목처럼 동물들이 사는 농장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문장의 처음 네 글자에 주목해 주세요.

"표면적인"


ㅈㅅ;;;
네. 동물들이 주인을 내쫓고 농장을 직접 운영하지만 결국 부패한다는 이야기는『동물농장』의 표면적인 이야기입니다. 표면적인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표면 아래에 다른 이야기가 있다는 뜻이고요.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동물농장』은 사실 소련의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과 풍자하기 위해서 쓰인 소설입니다.

조지 오웰은 메이저 영감, 독재자 돼지 나폴레옹, 경쟁자 돼지 스노우볼이라는 인물(동물??)이 등장하는데요. 작가는 카를 마르크스와 블라디미르 레닌을 메이저 영감에, 스탈린을 나폴레옹에, 스탈린의 반대자 트로초키를 스노우볼에 대입시켰습니다. 기타 개나 돼지는 스탈린 비밀경찰이나 옛 공산당원이었고요.

그러니까 마르크스, 레닌이라는 영감이 소련이라는 동물농장을 운영하다가, 스탈린이라는 독재 돼지가 나타나 새로운 세상을 외치며 혁명을 일으켰지만, 결국 부패해버린다는 진짜 현실의 이야기가 동물들의 우화 속에 감춰져 있는 셈입니다. 감춰져 있다고 말하기도 뭣할 만큼, 1945년 출간 당시의 소련의 정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파악할 수 있었죠.

표면적 이야기 속 진짜 이야기를 감추는 것, 이것이 알레고리입니다. 추상적인 관념이나, 대놓고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에둘러서 표현하는 서사기법이죠. 반드시 서사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그렇다고 합시다

알레고리는 중세 유럽에서 알레고리는 성경해석의 방법으로 사용되었고, 중세 도덕극/ 교화극(포교를 목적으로 하는 연극) 등 교화수단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종교에 국한된 범위이긴 하지만, '절대 진리'라는 '진짜 이야기'를 다른 우화를 통해서 전달했던 거죠.

절대 진리라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그걸 종교의 종 자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방법이었다면, 무엇이 가장 핵심이었을까요? '구성요소 추출을 통한 단순화'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요는, 쉬워야 한다는 겁니다. 복잡해서는 안 돼죠.

오늘따라 무리수 폭격데스네
다시 『동물농장』을 예로 들어볼까요. 1940년대 소련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 사건들을 하나하나 서술하기 위해선 소설책 한 권 분량으로는 택도 없을 겁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구성요소 추출을 통한 단순화' 작업입니다. 조지 오웰은 알레고리를 사용하기 위해 아마 다음과 같은 것들을 했을(지도 모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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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당대 소련을 비판/ 풍자 (+블랙코미디)

*소련에 대한 우화임을 독자가 알 수 있도록 핵심 사건을 포함한다
*비판, 풍자 - 이해는 쉽고 직관적이어야 하며, 재밌고 흥미로워야 한다

① 현실에서 발생한 소련 관련 역사적 사건 정리

1-1. 처음부터 끝까지 통분석
1-2. 객관/ 사실 vs. 주관/ 허구?
1-3. 문법/ 규칙성 또는 흐름상 특징 파악


 구성요소 추출 

기준 1) 타깃 미디어(문자/ 서사/ 소설)의 기본 구성요소: 인물-사건-배경

-실제 현실에서 일어난 일을 중요 인물/ 사건으로 항목화, 항목별 요소 추출
-비판, 풍자 목적 극대화 위해 대상 인물들을 '가축'으로, 배경을 '농장'으로 설정

기준 2) 비판 및 풍자 목적 합치여부 

-흐름상 반드시 필요하거나 목적에 부합하는 것만 추출


 표면적인 이야기 구성

인물: 사람 혹은 동물(가축)
사건: 사람/ 동물 간 권력다툼
배경: 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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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해 + 좀 있어 보이게, 마르크스주의자이자 문학평론가이자 철학가인 발터 벤야민 횽이 알레고리에 대해 언급한 구절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알레고리적 관찰의 주체는 생의 총체성으로부터 「구성」 요소들을 분리해낸다. 그는 이를 고립시키고, 기능을 탈취한다. 따라서 알레고리는 본질적으로 파편이고 그럼으로써 유기적인 상징과 대립된다 ... 알레고리는 작품에 나타난 대상들을 문맥에서 분리시킨다. 분리된 대상은 원래의 의미를 빼앗겨 죽은 이미지가 되고 그 알레고리적 기표는 파편이 된다. 그 텅 빈 사물에는 알레고리커에 의해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김길웅, 「미적 현상과 시대의 매개체로서의 알레고리-벤야민의 알레고리 개념을 중심으로」, 《현대비평과 이론14, 1997, 10. P.194에서 재인용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원본을 '해체'하고 '분리'하여 요소를 '추출'한 뒤, 그 파편(요소)로 이야기를 만들어 종이 위의 글자로 끄집어내는 것까지가 문예이론에 있어서의 '알레고리'입니다.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독자로 하여금 '개별'에서 '보편'을 추출하게끔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겁니다. 표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사건, 배경은 '개별' 요소들이며, 독자가 '보편'을 경험하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죠.

알레고리는 어떤 이질적인 매체 혹은 현실의 실제 사건들을 다른 매체로 '쉽게' 알아먹을 수 있도록 이식하는 측면에서 중요한 방법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뭐, 애초에 이러라고 만들어진 건 아니었지만요. 어쨌든 이제부터 요 렌즈를 사용해서 <워킹 데드>를 살펴볼 겁니다.

2. 원작 IP: <워킹 데드>

<워킹 데드>는 한국에 드라마로 유명하지만, 드라마 이전에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IP입니다. 한 마디로 이걸 말해야 한다면...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가 아니고, '좀비 아포칼립스'물이라고 하는군요. 좀비가 등장하고, 세기말적 배경을 취하는 이야기.

<워킹 데드>를 몰랐던 시절 저는 이게 여느 흔한 '좀비 + 푹찍푹찍 빵야빵야'류의 드라마인 줄 알았어요. '좀비' 하면 떠오르는 무수한 B급 오락영화들의 탓일까요. 하지만 <워킹 데드>는 전기톱으로 좀비떼를 조지고 화려한 백스텝을 밟는다거나 하는 액션성 짙은 드라마가 아니었습니다. 이건 철저하게 '사람'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였어요.
조지아 주의 보안관 릭이 범인 검거 중 총상을 입고,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깨어나보니 세상은 좀비사태로 헬게이트가 열려 있었다.



대략적인 <워킹데드> 드라마 시즌1의 간략한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워킹데드 드라마 미러위키)
범죄자 체포 임무를 수행하다 총상을 입고 의식을 잃었던 릭이 한참 후에 병실에서 깨어나고 보니 세상은 온통 좀비 천지로 바뀌어버렸다. 좀비들이 넘쳐나는 애틀란타에서 아내와 아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재회 후에는 낙오된 멤버를 찾아 애틀랜타에 다시 한 번 돌아갔다 온 후 임시 거주지인 야영지가 좀비들에게 공격받자 새로은 거처를 찾는 과정에서 CDC까지 찾아가는 줄거리이다.
그렇다면 분석을 위해서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게요. 시즌 1은 총 6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만, 저는 위 줄거리에서 '낙오된 멤버를 찾아 애틀랜타에 다시 한 번 돌아갔다'까지를 다루는 1~3화 서사의 구성요소를 분석해보려 합니다.

분석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 '릭'의 관점에서 이벤트 기술 
(릭이 관여하지 않은 사건은 제외)
-요소 항목명 
[move] 장소의 이동
[event] 사건 (의도적/ 우연적)
[condition]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
[option] 의사결정 선택지
[decision] 최종 결정
-1화~3화 범위 내에서 분석에 유의미한 인물만 이름 표기
-'함께 고려되는 요소'는 괄호 안에 함께 표기
ex. [decision - condition 1] = 조건 1을 고려한 결정

[move]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병원 탈출 > [event][condition 1] 집으로 간다-가족은 이미 어딘가로 피신해 있다는 정보 입수, "가족을 찾아야 한다" >  [event][condition 2] 흑형의 도움을 받는다 > [move] 애틀랜타로 떠난다 > [event][condition 3] 좀비 떼와 조우 > [event][condition4] 총기 가방을 떨어트린다 > [option] 총기 가방을 챙기고 도망 vs. 챙기지 않고 도망 > [decision - condition 3][condition 5] 챙기지 않고 탱크 내부로 피신 > [event][condition 6] 글렌의 도움으로 생존자 무리와 합류 > [event][condition 7] 멀 딕슨이 분란을 일으킨다 > [option] 방관 vs. 제압 > [decision - condition 1][condition 8] 옥상 철기둥에 수갑을 채워 딕슨 결박 > [event][condition 9] 릭을 구하는 과정에서 좀비들이 몰려들어 건물 문을 부수고 있음  > [decision - condition 1 + 5 + 7][condition 10] 건물에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 > [option] 지하 터널 탐색 > [condition 11] 터널이 막힘 > [option-condition 8] 인근 공사 현장의 트럭 이용 > [event][condition 12] 접근경로에 좀비가 떼거지로 있음 > [option] 정보 입수좀비의 주의 끌기(소리에 반응) vs. 주의를 피하기(냄새가 같으면 인식X) > [decision - condition 8 + 9][condition 13] 좀비의 피, 내장을 바른 코트를 입고 트럭으로 이동 > [event][condition 14] 딕슨을 풀어주려다 수갑 열쇠를 배수구에 떨어트림 > [option] 쇠톱으로 멀을 구출한다 vs. 혼자 탈출한다 > [decision - condition 6 + 7 + 8 + 12][condition 15] 멀을 포기한다 + 옥상 출입구를 봉쇄 후 탈출 > [move] 애틀랜타 외곽의 생존자 캠프로 이동 > [event][condition 16] 아내, 아들과 상봉 > [event][condition 17] 캠프 인근 좀비 출몰정보 입수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 [event][condition 18] 멀 딕슨의 동생이 형을 되찾아오라고 난동 > [option] 구출하러 가지 않는다 vs. 구출하러 가면서 총기 가방도 되찾아온다 > [decision - condition 1 + 3 + 4 + 6 + 9 + 10 + 15 + 16] 애틀랜타로 간다

글자가 정신없어 보이네요. 요소만 넣어서 순서를 살펴볼까요.

[move] > [event][condition 1] >[event][condition 2] > [move] > [event][condition 3] > [event][condition 4] > [option] > [decision - condition 3][condition 5] > [event][condition 6] > [event][condition 7] > [option] > [decision - condition 1][condition 8] > [event][condition 9] > [decision - condition 1 + 5 + 7][condition 10] > [option] > [condition 11] > [option-condition 8] [event][condition 12] > [option] > [decision - condition 8 + 9][condition 13] > [event][condition 14] > [option] > [decision - condition 6 + 7 + 8 + 12][condition 15] > [move] > [event][condition 16] > [event][condition 17] > [event][condition 18] > [option] > [decision - condition 1 + 3 + 4 + 6 + 9 + 10 + 15 + 16]

1화부터 3화까지 정리해 놓고 보면, <워킹 데드>는 (정보 입수) > 사건 발생/ 조건 부여 >  선택지 > 결정을 이야기 단위로 반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건은 곧 차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형성하고, 그에 따른 결정은 다시 새로운 조건이 되어 다음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야기 단위가 유기적으로 반복, 심화되고 있어요.

결정에 있어 고려되는 요소들은 다른 인물로부터 입수한 정보, 직접 목격한 사건, 자신 혹은 타인의 결정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보는 버려지지 않고, 치밀하게 나중의 결정에 있어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요소가 됩니다.

'결정'에 있어 고려되는 조건의 가지수는 다양하지만, 맨 마지막에 '멀 딕슨'이라는 시정잡배놈을 구출하러 간다는 결정에는 실로 많은 조건들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결정 단계가 순조롭지 않고, 그 결정에 따른 파급효과도 그만큼 크겠죠. 실제로도, 주인공 릭이 남자들을 데리고 캠프를 떠난 사이 남은 사람들은 좀비들에게 습격을 당하게 됩니다.

서사 전체에 걸쳐서 주인공이 반복하는 하나의 메인 액션은 "선택"입니다. 좀비와의 전투, 위기 상황에서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구할 것인가,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매 순간 급박한 상황은 선택을 강요하고, 그 선택은 어떤 식으로든 돌아오게 됩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좀비 주거라 푹찍푹찍 빵야빵야'류의 스토리라인과는 판이한 구성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좀비와 싸우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좀비 액션물보다 훨씬 긴박감이 떨어집니다. 엄청 느리고, 뭐 그렇게 지능적이지도 않거든요. 혼자 있는 좀비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아서, 몽둥이로 때려 잡는 게 당연할 정도로요.

포커스는 바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있습니다. 저 구성요소 시퀀스만으로는 충분히 해명되지 않는, 그러나 <워킹 데드>가 전달하는 핵심적인 경험이죠. 분석의 편의를 위해서 저는 주인공 중심으로 행동 순서를 나열했지만, 저 모든 판단, 선택, 결정들은 단순히 누가 죽고 누가 사는 것만을 결정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워킹 데드>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무게의 짐을 지고서, 생존을 제1목표로 지니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도왔고, 누구를 돕지 않았으며, 누가 자신에게 득인지 아니면 손해인지를 끊임없이 판단합니다. 작은 제스쳐, 작은 몸짓, 말 한마디조차 중요한 정보원이며, 모든 정보들은 그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condition]"들이 됩니다.

원작 IP가 제공하는 핵심적인 경험/ 재미는 "긴장감"이라고 생각해요. <워킹 데드>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건 좀비와의 사투지만, 그 물밑에서는 관계의 역학구도가 끊임없이 요동치면서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누가 날 도와줄 것이고 누가 돕지 않을 것인가,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진실을 말하는가, 내가 어떻게 답해야 내게 이득이 될까, 둘 중에 누구를 살려야 앞으로 더 생존에 보탬이 될까. 좀비가 눈앞에 있건 없건,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앞으로의 상황을 크게 변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인식은 바로 "본능적 긴장감"을 제공합니다.


긴장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생존을 위한 계산" 기능을 풀가동시키는 녀석이죠. 인간의 본능을 일깨우고, 플레이어의 능력을 최대치로 만들어주는, 몰입의 귀신이라 할 만한 녀석이기도 하고요.

원작 IP 정리는 이 정도에서 마치고, 게임으로 넘어가 볼까요?

--------------------절취선------------------

3. IP 게임: <워킹 데드 더 게임>

원작 IP를 잘게 요소 단위로 쪼개서 대충 무슨 맛이고, 뭐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걸 대략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냄비에 무엇을 넣을 지 결정해야겠죠.

원작 <워킹 데드> 서사에서 핵심 구조는 바로 기본 단위인 [정보 입수 > 사건 발생조건 부여 >  선택지 > 결정]의 순환구조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플레이어가 수행할 '주인공'이 원작 서사에서 반복하는 행동 원리/ 순서이기도 하죠. 이걸 게임의 핵심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다면, 훌륭한 첫 삽을 뜨는 일이 됩니다.

그런데 저 단위는 굉장히 추상적인 수준으로 표현되었기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아무데나 가져다 붙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애니팡을 예로 들어도, 게임 내에서 제한시간이 있고, 여러 조건 상황 하에서 어떤 블럭을 이동할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을 반복하잖아요. 하나의 결정은 다른 조건 상황을 낳고요.

더 구체화시킬 필요성이 있네요. 구체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만 할까요. <워킹 데드> 원작 IP와 유사한 경험/ 재미를 게임의 방식으로 제공한다 = 목적이라고 정해 보겠습니다. 원작이 제공하는 경험/ 재미는 위에서 이야기했으니, 무엇을 통해서 그것을 전달하는지 간략히 정리하면,

MAIN 
[플레이어 vs. 인물] 
[조건정보> 선택 > 관계 변화 > 다음 이벤트 변화] 반복

SUB 
[플레이어 vs. 좀비] 
좀비의 특성과 주변 도구/ 인물 활용한 상황 극복 - 퍼즐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이야기는 핵심 경험/ 재미를 전달해서 대리만족/ 간접경험하도록 하는 반면, 게임은 핵심 경험/ 재미를 직접 체험해 느끼도록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야기가 전달하는 그 수단은,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action)'이 되어야 하겠죠. 플레이어는 저 위의 MAINSUB를 직접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존 상황"을 체험하고 "본능적 긴장감"을 느껴야 하고요.

지금 가진 재료는 만화, 드라마 등 서사 장르에서 사용되는 재료이기에, 게임이라는 그릇에 맞게 플레이어 행동을 정해주고, 메커니즘을 확보한 뒤에 "어떤 게임"이어야만 하는가를 정해야 합니다.

하나씩 살펴봅시다. 우선 MAIN.

IP 게임이므로 원작 세계관을 따라가야겠죠. 난데없이 바이러스가 창궐해, 사람들이 모두 좀비로 변해버려 생존자들을 먹어치우는 세기말적 씨츄에이션에서, 플레이어는 생존이라는 목적을 가진 주인공이 됩니다. 그럼 주인공은 게임에서 뭘 할 수 있는 걸까요?

MAIN에서 '행동'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는 부분은 '선택'입니다. 선택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어야 할까요. 원작 IP에 따르면 대략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 선택지가 포함하는 플레이어 행동의 종류
-대화/ 긍정, 부정, 말 흐리기, 침묵 등
-행동/ 1. 도구 사용하기 2. 인물 구해주기 3. 좀비 타격하기 4. 도망가기 등
-조사(비NPC 환경 오브젝트)/ 1. 관찰 2. 시험조작 등


선택하고, 관계가 변하고, 그 선택으로 말미암은 결과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근거한 결과는 또다시 선택을 요구하게 되죠. 원작 서사에서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상황 몇 가지를 꺼내와 볼까요?

위에서 지정분석한 1~3화뿐 아니라, 6화까지의 내용을 포함하겠습니다. 제가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

1. 어떤 인물의 의견에 동조한다 vs. 반대한다
2.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vs. 감정에 호소한다 vs. 침묵한다
3. A 인물을 살리는 대신 위험에 처한다 vs. A 인물을 버리고 안전하게 도망친다
4. 사고로 A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vs. A가 죽은 경위를 솔직하게 밝힌다
5. 소속집단 외의 생존자에게 총을 나눠준다 vs. 나눠주지 않는다
6. 추후 좀비로 변할 것이 확실한 감염자를 끝까지 보살핀다 vs. 버린다

게임으로 이러한 상황들을 구현하기 위해서 생각해봐야 할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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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정 규칙에 따라 행동하고 반응하는 복수의 NPC(Non-Player Character)

2. 플레이어 영향력의 제한: 
  2-1. 플레이어 선택과 상관없이 반드시 일어나는 메인 플롯 이벤트
  2-2.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서브 플롯 이벤트

3. 조건정보 입수 행동의 가지수
  3-1. 강제성이 있는 메인 플롯 이벤트에서의 대화/ 행동/ 관찰
  3-2. 강제성이 약한 서브 플롯 이벤트에서의 대화/ 행동/ 관찰
  3-3. 강제성이 없는 플롯 이벤트 간 자유로운 '탐색 행동' 
         (주변 물건 조사/ 소모품 획득 및 사용/ 인물과의 추가 대화 등)

4. 플레이어 선택권 행사 시기 및 영향력:
  4-1. 핵심 분기에만 선택 가능/ 모든 선택은 다음 이벤트에 영향을 미친다
  4-2. 핵심 분기에만 선택 가능/ 특정 선택만 다음 이벤트에 영향을 미친다
  4-3. 모든 분기에서 선택 가능/ 모든 선택은 다음 이벤트에 영향을 미친다
  4-4. 모든 분기에서 선택 가능/ 특정 선택만 다음 이벤트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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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머리아파;; 뭔가... 어딘가 큰 비약이 있는 것 같지만... 기분탓이겠지...

대략 이런 식으로 요소를 게임화/ 구체화해 보았을 때, 선결 전제로는 

"플레이어를 제외한 타 인물은 통제 가능한 NPC여야 할 것"
(모두가 플레이어일 때, 안드로메다급 경우의 수를 모두 지정하는 것이 불가능)
"must-happen 핵심 플롯(불변) + might-happen 서브 플롯(가변) 축 이원화"
"게임 진행에 따라 저절로 습득하는 정보 + 플레이어가 추가로 습득 가능한 정보"
"플레이어는 분기점에서 선택하며, 이는 플롯에 영향을 미친다"
"플레이어의 분기 선택은 결말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대신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NPC와 다양한 방식으로 플롯을 진행"

여기까지 정리해봤을 때, 플레이어는 대화, 행동, 조사라는 행동을 통해서 큰 줄기의 스토리를 진행하는 게임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각 분기점에 도착하면 어떤 상황 하에서 선택, 결정을 내리고, 그 선택으로부터 주변 인물/ 환경/ 스토리가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하겠네요.


'인터랙티브 드라마'
그렇습니다. TV라는 선형적 매체로는 시청자의 참가가 불가능하고 시청만 가능하죠. 하지만 이미 19세기 말 무렵부터, 컴퓨팅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시청자와 상호작용하며 플롯이 변화하는 드라마가 서구 학계에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요즘 즐겁게 읽고 있는 논문이 있는데, 인터랙티브 드라마에 대한 좋은 설명이 있어 잠깐 소개해 볼게요.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인터랙티브 드라마의 개념은 다음과 같이 특징지을 수 있다. 첫째, 인터랙티브 드라마는 작가(개발자)가 제시하는 기반적 서사의 불변성(invariability)과 사용자가 경험하는 사용자 서사의 변수 가능성(variability)이 동시에 작용하며, 둘째, 사용자의 상호작용이 서사 구조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사용자는 상호작용을 통해 극적 갈등을 가진 선형적 플롯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서성은,  『인터랙티브 드라마의 사용자 참여 구조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석사학위논문, 2008, 7p.
여담이지만 이 논문 좀 쩌네요. 몇 번이고 정독할 생각입니다. 허허.

위 인용문을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인터랙티브 드라마는 '불변하는 이야기'와 함께 '가변적 이야기'를 동시에 포함하고, 사용자가 상호작용을 통해 '가변적 이야기'를 변화시킬 수 있고, 사용자가 최종적으로 극적 갈등을 가진 하나의 선형적 플롯을 경험할 수 있는 드라마.

라고 하네요. <워킹 데드>에 이만한 게 또 있을까 싶을 정도군요. 인터랙티브 드라마는 글 말미에 다시 한 번 더 언급하기로 해요. 이제 SUB 봅시다. 거의 다 왔음여.

원작 IP에서 좀비는 세 가지의 행동규칙을 갖는데요.

1. 이질적인 소리에 반응한다
2. 이질적인 냄새에 반응한다
3. 생명체를 먹는 것 외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다
*생명체를 먹는 데 열중하는 동안은 주변 소리/ 냄새 반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 규칙을 활용한다면, 원작에서 좀비들의 주의를 피해 트럭에 접근하는 목적을 달성한다거나 하는 퍼즐 게임의 요소를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가용자원을 사용해서,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서, 좀비들의 주의를 흩뜨리거나, 아니면 주의력을 현저히 낮추기 위해 죽은 동물(혹은 사람 시체를...)을 미끼로 준다거나 하는 것들요.

이 부분은 게임의 핵심이 되는 부분은 아니므로, 플롯 진행 단계에서 적절하게 배분해 넣어준다면 좋겠죠. 또, 핵심이 아니니까, 지나치게 어렵거나 복잡해서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됩니다. 핵심 부분에 대해서 많은 주의력을 집중시키도록 하고, 좀비와 퍼즐놀이 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쉬어갈 수 있도록 하는 레벨 디자인이 적용되어야 하겠죠.

몬스터를 상대로 기지를 발휘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류는, 어드벤쳐 게임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드라마를 메인 포맷으로 삼고, 이벤트 사이사이마다 이러한 어드벤쳐 퍼즐 요소를 끼워넣은, 그런 게임이면 될 것 같네요.

전통적인 게임 장르로 치면 '어드벤쳐 게임'이 되겠지만, 디지털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보면 '인터랙티브 드라마'에 속하는, 두 가지를 합친 형태의 게임인 것이죠.

그래서, 실제 게임은 어떤 게임인가! 
를 마지막으로 보여드리려 했으나,

--------------------절취선------------------

여기까지, 알레고리 기법을 응용(?)하여 <워킹 데드> 원작 IP를 분석해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의 게임으로 옮길 것인가까지 살펴봤습니다. 애초에 여기까지 쓰려고 했었지만, 정작 진짜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인터랙티브 드라마'죠.

학계의 꾸준한 논의와는 별개로, 인터랙티브 드라마는 아직까지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실험적인' 서사 장르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뉴 미디어, 상호작용성, 사용자에 따라 변하는 이야기 - 대단히 이상적이고 흥미롭게 들릴 지 몰라도, 실제 구현에 있어서는 여지없이 어떤 한계에 부딪히기 일쑤였습니다. '스토리'라는 것과 '상호작용 시스템'은 너무나 이질적이기 때문이었어요.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보자면, 여러분은 '애니팡' 게임 방식으로 쓰여진 글이 어떠하리라고 생각하시나요? 상상조차 잘 되지 않죠. 상호작용 시스템은 수학이나 물리적 법칙에 근거해서 액션-리액션 등의 메커니즘/ 규칙들을 의미하고, 스토리는 인물, 사건, 배경을 가지며 일련의 사건들을 연속적으로, 그러나 리듬을 가지고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제게 <워킹 데드 더 게임>이 한층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메이저 대중에게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게임업계에서 '재미'라는 게임성을 인정받은 '인터랙티브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2012년 출시된 해에 GOTY(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이 게임을 하면서, 인터랙티브 드라마가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날이 머지 않았다고 (혼자) 생각더랬습니다. 와, 이런 게임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진 인터랙티브 드라마인가 궁금증 개폭발! 그래서, 다음 포스팅에서는 <워킹 데드 더 게임>을 디지털 스토리텔링/ 인터랙티브 드라마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게임이 아닌 이야기로 조명 및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다음 포스팅이 왠지 훨씬 빡셀 것 같은 느낌...

이렇게 기나긴 여정이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네요.

아무튼 끝!

--------------------절취선------------------

<워킹데드 더 게임> 에피소드 1 플레이 동영상


<워킹데드 더 게임> 

PC 

모바일(안드로이드/ ios)
시즌1 에피소드1 무료 다운로드 가능
시즌1 에피소드2 이후부터 결제 필요
*ios의 경우, 현재 해외 앱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 가능 (링크=미국 앱스토어)

2014년 12월 2일 화요일

햄릿님, 지적 재산(IP)을 게임에 싸서 드셔보세요! ~입문편~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쓴 『햄릿』에서 가장 유명한 독백의 첫 문장이죠. 『햄릿』을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선왕(아버지)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숙부 클로디어스를 죽일까 말까 죽일까 말까 고민하는 햄릿이라는 덴마크 왕자의 이야기입니다.

복수극이지만, 결코 명쾌한 복수극은 아닙니다. 사실 복수 자체보다, 시도때도 없이 고민하고 번뇌하는 햄릿을 구경하는 이른바 '팝콘잼'이 『햄릿』의 백미이기도 하고요. 오늘날로 치면 중2병에 비견될 정도로 감수성이 예민한 친구인 겁니다. 결국, 햄릿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낸 『트렌드 코리아 2015』는 2015년 소비트렌드 분석의 시작을 CAN'T MAKE UP MY MIND로 열었습니다. 상품이 너무 많아서 마음을 정할 수 없다, 구매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소비자의 고충입니다.

위의 책은 이에 '햄릿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버지의 복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 결정을 유보하다가 비극을 맞이한 햄릿이 수많은 상품들 앞에서 갈팡질팡하다 지름신 영접에 실패해버린(..??) 소비자의 모습과 겹친다는 거죠.


정보과부하 가설information overload은 과도한 정보의 양이 소비자 분석 능력을 오히려 저해하여 최선의 선택을 방해한다는 가설입니다. 시장의 상품 수와 정보가 소비자의 정보처리능력을 압도하면, 소비자는 그 자신에게 최적의 선택을 내리기 힘들게 됩니다. 게임의 완성도, 매력만큼 마케팅과 유통 플랫폼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고요.

예민한 감수성으로 인해 주변 모든 일들을 "복수"라는 화두와 결부지음으로써, 끊임없이 내면으로 침잠하면서 고뇌하는 햄릿도 일종의 정보과부하 상태에 빠졌다고 볼 수 있겠죠.

지난 한 해에는 모바일 게임이 대세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 모바일게임 시장은 포화 시장이 됐어요. 더 이상, 모바일 게임시장은 젖과 꿀이 흐르는 기회의 땅이 아닙니다. 이젠 대다수 게임들이 주목받지 못한 채 스러지는 차디찬 레드오션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대두된 것은 IP 게임입니다. IP란 Intellectual Property(지적 재산)의 약자인데요. IP 게임이란 소설,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등 기존의 유명 콘텐츠를 바탕으로/ 활용하여 제작한 게임을 말하며, 기존의 유명한 게임을 다른 플랫폼(PC, 콘솔, 모바일 등)이나 다른 장르(RPG, FPS, TCG 등)의 게임으로 만드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IP게임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바로 대중에게 검증된 콘텐츠를 사용한다는 것이죠. 모바일 게임 하나 쯤 하고는 싶은데, 너무 많고, 하나 하나 직접 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운 사람들에게 친숙한 IP를 활용한 게임은 소비자 진입장벽을 효과적으로 낮추게 됩니다.
군대를 예능에 싸먹으니까 맛이 끝내줘요!
기존IP를 바탕으로 인물,  시나리오, 게임 시스템 등에 대한 기준을 확립한 상태에서 만들 수 있다는 개발 측면의 이점도 존재합니다. 스파이더맨을 예로 들자면, 인물은 스파이더맨, 시나리오는 원작 코믹스, 게임 시스템은 '빌딩 숲을 날아다니며' '적과 전투'하는 거죠.

넥슨의 '바람의 나라' 또한 기존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IP 게임입니다. 리니지라는 NC소프트 굴지의 타이틀 역시 마찬가지였죠. 바람의 나라가 정식 서비스된 시기가 1996년이었으니, IP 게임이란 한국 온라인게임시장의 유아기부터 줄곧 존재해 온 셈입니다.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IP 게임은 과열경쟁을 극복하는 매력적인 선택지였고, 물론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2년 초부터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들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IP게임은 기존 스토리 콘텐츠를 가져와 게임으로 만드는 경우와 기존 유명 게임을 다른 장르/ 플랫폼으로 이식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이 포스팅은 햄릿에서 시작했으니까(??) 스토리 IP 기반 게임에 관해서 좀 자세하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물론 그 얘기만 하겠단 건 아닙니다.
IP 게임에는 여러 장점들이 있는데, 넥슨 개발 3본부 송하근 파트장은 GDC 2013에서 "신뢰받는 브랜드와 검증된 콘텐츠가 있기에, 출시 전부터 유저들에게 강한 기대감을 불러올 수 있다"며 IP 게임의 장점을 설명했습니다.

검증된 기존 스토리에 호감을 가진 고객들을 자연스럽게 게임으로 이끌 수 있고, 원작의 마니아층은 나서서 홍보를 해 주기도 하죠. 게다가 게임의 기본적인 개발방향이 원작을 따라가므로, 신규 IP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에 비해 개발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양날의 검이 되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IP을 바탕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일견 손쉽고 간편해 보이지만, 그만큼 개발에 제약이 따른다는 소리도 되거든요. 기존 IP를 사용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족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존 IP의 설정에서 지나치게 멀어지면 원작 마니아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위해 원작에 없던 시스템이나 콘텐츠를 넣으려면 기존IP 제작사/ 소유권자와 수많은 협의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원작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콘텐츠 플랫폼 간 이식의 문제입니다. 원작의 본질적인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살려낸다면 위에서 말한 장점들을 모두 취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원작과 동떨어져 버리거나, 게임 자체로는 재미가 없다면 IP게임뿐 아니라 기존 IP의 브랜드 가치까지 타격을 입게 됩니다.

GDC2013에서 송 파트장은 강연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습니다.
IP 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원작을 바탕으로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IP 게임 자체를 원작의 마니아층만 만족시키는 게임으로 만들면 안 된다. 마니아층을 포함해 모든 게임 유저를 만족하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작업해야 한다.
IP 게임 개발에 대한 송 파트장의 조언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1. 충분한 시간을 두고 원작을 이해할 것.
2.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개발팀 각자가 제구실을 다할 것.
말이 꽤나 추상적이라, 나름대로 이렇게 풀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원작이 제공하는 핵심적인 경험 혹은 재미 파악 및 표현 방법론 분석 
+
원작 콘텐츠의 장르와 플랫폼 특성을 고려, 게임에 반영 가능한 요소 추출

(2) 일단 요소를 추출한 뒤에는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추구하여 개발

원작을 이해한다는 건 '이게 어째서 대중에게 검증받았는가'를 파헤치는 겁니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전달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해요.

분석을 마치고 재료를 다 모았다면 이제 게임성을 도출해야 하죠. 무엇을 게임에 집어넣고 무엇을 뺄 지를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서는 원작의 장르나 플랫폼과 같은 콘텐츠 외적 요소들도 함께 고려해야 해요.

원작이 제공하는 핵심적인 경험을 게임이 '비슷하지만 새롭게' 제공할 수 있다면 베스트일 겁니다. 하지만 그건 쉽지만은 않은 문제죠. 영화나 웹툰은 스토리를 핵심으로 하는 데 반해, 게임은 스토리를 핵심으로 가져가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작은 글씨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모바일 환경에서라면 더욱 그렇죠.

원작의 고유한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원작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게임성에 따라 판단한 뒤, 거기서부터 게임을 개발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되는 게임", "팔리는 게임"이겠죠. 자선사업이 아니니까요ㅋ... 요는, 원작의 마니아 집단뿐 아니라,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그러니까 재미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까지 씨부려놓은 것들도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애시당초, 스토리 IP를 활용한 게임인데 원작의 스토리를 제대로 사용하기가 힘들다니 무척 이상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겠죠. 스토리를 안 쓸 거면 대체 왜 IP를 활용하는 것인가...??

그래서 다음에는 세 편의 IP 활용 사례를 자세하게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사례로 분석해 볼 IP는 영화 <인터스텔라>, 드라마 <워킹데드>(드라마 원작은 만화), 웹툰 <와라! 편의점>입니다. 모두 서사를 기본으로 시각적 표현수단을 사용하는 IP이면서, 게임으로도 출시됐습니다. <인터스텔라>와 <와라! 편의점 for kakao>은 모바일 SNG로, <워킹데드 더 게임>는 PC/콘솔/모바일 플랫폼의 어드벤쳐 게임으로요.

게임 <인터스텔라>와 <와라! 편의점 for kakao>는 사실상 배경/소재/컨셉을 취했고 IP의 구체적인 스토리는 게임 요소로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워킹데드 더 게임>은 원작의 스토리를 훨씬 더 적극적으로 게임에 도입한 경우입니다.




원작 <워킹데드>의 등장인물들과 사건들을 그대로 가져온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게임을 부러 할 필요가 없겠죠. <워킹데드 더 게임>은 대신에 스핀오프 방식을 취한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원작 <워킹데드>와 같이 좀비새키들이 자꾸 쫓아오는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인터랙티브 드라마를 게임으로 만들어낸 거죠.

직접 세 게임을 해 본 결과, <워킹데드 더 게임>이 압도적으로 재미가 있었으므로, 다음 사례분석편은 <워킹데드 더 게임>을 중심으로 작성할 겁니다. 에... 위에서 기술한 IP 게임 기획의 프로세스를 한 번 역으로 추적하는 식으로 분석해 볼 거고요.

그럼 다음에 만나요 뿅뿅!

2014년 11월 25일 화요일

<겨울왕국> 그리고 <인터스텔라>가 모바일 게임으로?

안녕하세요, 게짖갭니다.

이번 주 마이픽으로는 작년 겨울을 강타한 <겨울왕국>과 올해 초겨울을 절찬리에 휩쓸고 있는 <인터스텔라>의 모바일 게임을 소개합니다.

아직도 <겨울왕국>의 'Let It Go'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네? 기억 안 난다고여?


아;

링크(?)를 잘못 삽입했네요. 실수입니다 실수...

렛잇꼬 다시 한 번 듣고 가실게여!



지금부터 소개드리려는 건 <겨울왕국>의 인기에 숟가락을 얹은 모바일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카카오를 통해 서비스된 '겨울왕국 프리폴 for kakao'라는 게임입니다. 위의 사진처럼 애니팡과 거의 유사한 게임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죠. 아래는 플레이스토어에 게시된 게임 소개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카카오와 만났습니다!
미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보다 더 기다린 엘사를 
겨울왕국 프리폴 for Kakao에서 만나보세요!
★☆★ 지금 플레이하면 엘사가 무료 카카오이모티콘을 드려요! ★☆★


★★ 게임설명 ★★
■ 신나는 크리스탈 맞추기 게임 ■
무지개 빛깔의 아이스 크리스탈,
같은 컬러의 크리스탈을 3개 이상 정렬시키면 클리어!

■ 플레이할수록 추가되는 캐릭터들 ■
엘사, 안나뿐만 아니라 올라프, 스벤 등
플레이를 할 수록 숨겨진 캐릭터가 추가됩니다.

■ 각 캐릭터들의 특별한 파워업 스킬 ■
안나의 횃불, 엘사의 빙계 마법, 한스의 검까지!
다양한 파워업 스킬들을 발견해보세요!

■ 카카오 친구들과 즐기는 순위 경쟁 ■
아렌델 왕국 속, 나의 친구가 있는 스테이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럼 엘사와 함께 겨울왕국으로 Let's go!!


(복붙 ㅈㅅ;)

2014년 겨울의 대박 블록버스터인 <인터스텔라>도 이미 영화 개봉 전 앱 마켓에 <인터스텔라> 게임이 진작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인터스텔라 티저 웹페이지를 통해 PC/ 모바일로 플레이도 가능하게 만들었죠.

<클릭>하면 역시 다운로드 페이지로 이동하긴 합니다만... 음...

설명

인터스텔라 게임에서 사용자가 만든 항성계와 블랙홀이 있는 우주를 탐험하십시오. 행성, 위성, 소행성 등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항성계를 만들고 커스터마이즈하십시오.연료가 바닥나기 전까지, 실제 같은 물리 법칙과 중력으로 항성계를 슬링 샷으로 통과하여 얼마나 멀리 Endurance 호를 몰고 갈 수 있는지 보십시오. 웜홀을 사용해 새로운 항성계로 점프하고 블랙홀의 위험한 도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보십시오.


주요 기능

• 자신만의 항성계를 만들고 친구와 함께 공유하십시오.
• 행성, 항성, 소행성을 커스터마이즈하십시오.
• Endurance 호를 몰고 친구와 다른 플레이어의 항성계 탐험하십시오.
• 연료가 바닥나기 전까지 얼마나 멀리 탐험할 수 있을지 보십시오.
• 행성 사이를 슬링샷으로 통과하고 연구 자료를 지구로 보내십시오
• 거대한 블랙홀을 지나십시오.
• 함선을 업그레이드하여 내구성과 거리를 향상시키십시오.
• 목표를 완료하여 임무 휘장을 획득하십시오.
• 유사 중력장과 뉴턴의 법칙에 기초한 물리 표현

뭐랄까...

정 해야만 하겠다 하시면 뭐 저는 말리지 않겠습니다...

저... 저는 강요하지 않았어요.



여기까지 <겨울왕국>과 <인터스텔라> 모바일 게임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러한 게임은 'IP게임'이라고 불립니다. IP는 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의 약자로, 대중들에게 검증된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와 같은 타 장르의 문화 콘텐츠들을 뜻합니다. 물론, 게임도 속하죠.

모바일 게임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서, 이러한 IP를 활용한 게임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바로 이 'IP게임'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참고가 될 만한 자료 몇 개를 드리면서 저는 여기까지!


[Ref]






2014년 11월 24일 월요일

<저니>,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여행을 떠나다

ALERT!
*본 포스팅은 <저니> 게임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되, 
세부적인 내용 일부를 가감, 수정하여 편집한 내용입니다. 
*<저니> 게임 스토리의 스포일러가 꽤 포함되어 있습니다.


1

from Nascence to the Calling

허공에 소리를 질러대는 한 남자를 보았다.

"나는 잘못하지 않았어."

무심히 지나치려 했으나, 못내 발걸음이 멈췄다.

말을 토하고 있었다. 담배 연기처럼 내뿜고 있었다. 허
공을 울리는 목소리가 울고 있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을 변호했다. 구경거리가 되면서까지
소리를 질러야만 하는 이유.

죽는 순간에 했던 행동을 반복하는 귀신들이 떠올랐다.
그처럼 계속 죽고 있었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듯.

살고 싶다는 듯.

사회적이거나 경제적이거나 그는 파편적으로 죽었다.
사람과 귀신의 경계 어디쯤에서, 이해할 수 없고 받아
들일 수 없는 것과 싸우고 있었다.

목숨을 건 싸움이었을 것이다.

삶을 이을 것인가, 아니면 버릴 것인가.

그가 숨을 고르기 위해 한 호흡을 들이키는 찰나, 나는
그의 속으로 들어갔다.


2

First Confluence

안녕하세요, 게짖갭니다.

'포스팅 시작이 왜 이 따위인가!'에 대해 설명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이전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오늘은 <Journey>라는 게임이 어떻게 '힐링 게임'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는가를 살펴볼 겁니다.

처음엔 게임 내의 그래픽, 사운드 등 표현 기법을 중심으로 분석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좀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기에 다른 방식으로 <저니>를 보여드릴까 해요.

오늘 포스팅의 목차입니다.
↓이거 들으면서 썼는데, 들으시면서 보면 쪼금 더 좋을지도 몰라여!



1) Nascence (0:00)  
2) The Call (1:42
3) First Confluence (5:12
4) Second Confluence (6:47
5) Threshold (9:03
6) Third Confluence (15:01
7) The Road of Trials (16:35
8) Fourth Confluence (20:46
9) Temptations (21:47
10) Descent (25:55
11) Fifth Confluence (28:55
12) Atonement (29:44)
13) Final Confluence (35:50
14) The Crossing (37:52
15) Reclamation (39:45
16) Nadir (41:54)
17) Apotheosis (45:34
18) I Was Born For This (52:43

네. 이건 지난 포스팅에서 맛보기로 보여드렸던 <저니>의 전체 ost 목록입니다. 제목들을 차례대로 연결해 보면  <저니>를 따라 경험하게 될 이야기의 순서가 되네요. 순차적인 각각의 테마들은 <저니>를 만든 사람들이 만든 경험의 지도이기도 합니다.

태어나서(Nascence) 다섯 번의 합류(confluence)가 일어나고, 위기와 절정을 지나 맨 마지막 I was Born For This라는 깨달음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죠.

<저니>를 통해 사람들이 어떤 순서로 무엇을 경험하도록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인 만큼, <저니>를 이야기하는 좋은 방법이겠다 싶었어요.

앞서 등장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겁니다. 그리고 저는 다섯 번쯤 끼어들 거고요.

아, 이게 첫 번째니 앞으로 네 번 더요!


3

from Threshold to the Road of Trials

그의 마음은 사막이었다.

먼 곳에 거대하고 반짝이는 산이 있었고, 그 산을 향해
걷는 여행자가 있었다.

여행자는 사람인지 아닌지 아리송했다. 문양으로 장식된
붉은 망토와 두건, 등 뒤로 길게 늘어뜨린 스카프, 두건이
만든 그늘에서 반짝이는 눈동자.

편의상 '그'라 부르기로 하자.

두 팔을 망토 안에 감춘 그의 몸놀림은 가볍고 경쾌했다.
산을 향해 가고 있었다.

길을 잃을 때마다 모래바람이 그를 부드럽게 가로막고,
산을 향해 나아갈 때는 살포시 등을 밀어주었다.

그가 산에 도착하기를 온 세상이 원하는 듯했다.

사막 곳곳에는 하얗고 반짝이는 스카프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조각을 주울 때마다 등 뒤의 스카프가 길어졌다.
스카프가 길어질수록 더 높이 뛰고 더 오래 공중에 머무
를 수 있었다.

그는 강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새파란 신입사원 때처럼.
부딪치고 깨지고 구르기 일쑤였던, 하지만 나날이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던 때처럼.

하지만 저 산에 이르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선 걸으며 생각할 일이었다.



4

Second Confluence

<저니>는 사막을 여행하는 게임입니다.

사막이라는 세계, 빛나는 산이라는 목적지, 여행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지형과 그것을 돕는 동료와 아이템들이 있습죠.

목표는 간단합니다. 꼭대기가 빛나는 산까지 가는 것. 목표에 대한 동기부여는 환경 디자인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세상이 어디로 가라고 이야기한다고 하면 좋은 설명이 될까요.

친절한 화살표 같은 건 없습니다. 산으로 향하는 경로에서 이탈하면 모래바람이 슬며시 플레이어를 가로막을 뿐이죠.

"플레이어가 문제를 해결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인 게임 메커니즘은 캐릭터의 "이동"과 "움직임"입니다. "산(목적)을 향해 이동(방법)하는" 게임이니까요.

비현실적으로 "매끄럽고" "자유로우며" "유연한" 움직임을 위해 <저니>는 현실 속 인간의 움직임을 단순화시켰습니다. 거기에 비현실적인 요소를 더했죠. 실제보다 더 높이 뛰어오르고, 더 오래 공중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실제 여행자가 느끼는 해방감, 자유로움을 강화하는 요소만 살린 거죠.

그 밖의 요소로는 방해자(또는 방해물)와 기념품(또는 수집품)이 있습니다. 나를 가로막는 높다란 산이나, 예기치 못한 폭우, 소매치기 따위가 방해자라면, 기념품들은 여행 중간중간 의도적으로/ 우연히 얻게 되는 물건 또는 활력소 따위라고 볼 수 있어요.

<저니>에서는 위의 두 요소, 방해자와 기념품이 '게임 루프(game loops)'로 적용됐습니다. 게임 루프란, 플레이어에게 목적을 부여하고, 목적을 위해 극복해야 할 도전 상황을 주고, 승리에 대한 보상을 주는 일련의 반복적인 싸이클인데요.

방해자는 높은 언덕이나 지형지물, 그리고 기념품은 그런 높다란 방해물을 극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물건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저니>의 게임 루프는 다음과 같아요.

1. 아이템을 찾는다 (목적)
2. 아이템을 획득한다 (도전)
3. 지형 극복 능력이 상승한다 (보상)

순으로 게임이 끝날 때까지 플레이어가 반복 수행하도록 구성됩니다. 더 많은 기념품을 얻을수록, 점프나 활강을 가능하게 하는 스카프가 더 길어지고, 더 높이 더 오래 점프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면 더 어려운 난이도를 극복하는 것도 가능해지고요.

게임 루프의 반복성은 단순히 그 안에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고, "빛나는 산에 도달하기"라는 대목적을 훨씬 더 원활하게 이루도록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좋다는 거죠!


5

from Temptations to Atonement

그는 점점 더 높은 곳으로 뛰어오를 수 있게 됐다. 사막에
익숙해질 무렵, 바닥의 모래가 푹 하고 꺼지면서 그는 지
하로 빨려들어갔다.

다시 깨어난 곳은 어두침침한 사원 내부.

사원은 춥고 어두웠다. 애써 보이지 않는 하늘과 빛나는
산을 상상해 보았다. 훌쩍 날아오르려고도 했다. 스카프
가 사라졌다. 모두 허사였다.

이제 날 수 없다고, 조금씩 그의 마음 속에 의심과 불안이
싹텄다. 이대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을 물들였다.

주저앉는 순간 그는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또다시 도망치는 건가, 하는 중얼거림이 스치듯 지나갔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눈 감았던 과거들.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기 때문이 었다는 생각, 그러므로 이
곳에서 팔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

시간과 돈을 위해서라면 항상 주판을 두드렸다. 이용가치
가 없어지면 인연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부디 다시 생각해 보라며 아내가 보낸 99통의 문자 메시지,
아내의 뺨을 치는 나를 목격한 딸아이의 표정, 바쁘단 핑계
로 뿌리친 친구의 손.

삭제, 삭제, 삭제.

그가 삭제한 것들 모두는 그의 날개였다. 쓸모 없어진 사람
은 바로 자신이었다. 여기는 날개를 되찾기 위하여 거슬러
와야만 했던 마음의 사막, 그 사막의 밑바닥이었다.

그는 현재의 마음으로 과거를 수정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의 미래는 바뀔 지도 모른다. 그는
날개 없이 지상으로 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을 이해하는 법을 막 배운 참이었다.


6

Third Confluence

게임으로서의 재미 이상으로, <저니>는 플레이어들이 더 깊은 '여행'을 경험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저니>는 '혼자서' 여행하는 게임이죠.

혼자서 하는 여행은 관광과는 조금 다릅니다. 관광이 '즐거움'에 초점이 맞춰진 여행이라면, 혼자 떠나는 여행은 '성찰'에 가까운 여행입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에 혼자 가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 전혀 다른 공간, 전혀 다른 시간 속에서 홀로 존재할 때만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이 생겨나죠. 나 자신이 종종 낯설게 보이기도 합니다.

'낯설다'. 나 자신에게 '낯설다'는 감각이 가능해지는 순간 우리는 특별해집니다. 익숙한 인간관계, 익숙한 시공간에서 규정된 '나'라는 사람을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게 되거든요.

우리는 자기 자신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글쎄요. 우리가 아는 우리라는 건 누구일까요.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느낀 감각 정보의 단순한 총합은 아닐까요. 취향이란 것도 어쩌면 타인이 내게 만들어 준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아'라는 건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주관적인 믿음에 불과할지도 몰라요. 믿음이란 때때로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데요, 세계를 나 좋을 대로만 받아들이는 '자기합리화'가 그 예죠.

그래서 혼자 떠나는 여행은 '자기합리화'했을 지 모를 과거라는 책을 읽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겨보며 "왜 내가 그때 그랬지?" 생각하게 되거든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의식조차 않았던 것들요. 무심하게 지나쳐버린 일들이 현재 내가 겪는 문제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과거에 적힌 일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현재와의 관련성을 새롭게 만드는 것, 그래서 과거의 의미와 현재의 의미 모두를 새롭게 덧칠하는 것. '인생 업데이트'라고 부를 만한 성장이죠.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듯, 혼자 떠난다고 무조건 성장하는 건 아닙니다. 원래의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쓴맛과 시련과 멘붕이 필요하거든요.


7

from the Crossing to the Apotheosis

그는 종종 멈춰섰다.

고개를 들어 빛나는 산을 상상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상상력은 더욱 강렬해졌다. 신체는 한계에 다다른 지 오래.
그러나 그의 정신은 점점 맑아졌다.

발걸음 하나하나에 서로 다른 의미가 깃들었다. 그가 잃은
날개의 깃털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물집이
잡혀 땅에 닿을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발바닥으로
죄값을 치르는 중이었다.

지상에 도착하자 스카프가 다시 생겼다. 그는 잃어버려야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음을 배웠다.

사막을 지나 산의 초입에 들어섰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눈발이 망토를 뒤덮어 스카프
도 무용지물이 됐다. 크게 고꾸라진 그는 눈 속에 파묻혔다.

그 때였다. 누군가가 나를 그가 있는 세계 속으로 불러냈다.
나는 그와 비슷한 차림을 하고서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정확
히 말하자면, 그가 파묻힌 눈 앞에.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눈 위로 올라온 그는 옷을 탁탁 털다가, 깜짝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는 내가 반갑다는 듯 방방 뛰었다.
내게 달린 팔을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그는 다시 눈 속에 파묻혔다. 나는 또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옷자락을 꽉 쥐고, 다시는 놓치지
않으려 했다. 바투 붙어 있을 때 스카프에 눈발이 쌓이지 않
았으니까. 함께 있으면 날 수 있었다.


8

Fourth Confluence

혼자서 여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죠.

제가 스물 한 살 때 지리산 종주에 꽂힌 적이 있었습니다. 산장에서 2박을 머무르고 총 3일을 등반하는 '종주'가 너무 멋져 보였죠. 등산배낭을 꾸리고 혼자 지리산으로 떠났습니다.

그때 전 산장을 예약하지 못했어요.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거죠. 다행히 등산 중간에 동행하게 된 소방수 아저씨가 자리 하나를 구해다 주셨어요. 큰일 날 뻔했죠. 산 무서운 줄 모르던 그 뻔뻔한 무식이라니.

땅거미가 일찍 지는 산장에서는 등산객들이 소주를 한 잔씩 걸치곤 하는데요. 거기 끼어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별이 엄청나게 뜬 하늘을 구경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죠.

아, 그 아저씨 아줌마들은 두 번째 날 제 잠자리를 구해 주신 분들이었습니다...

은혜를 갚겠다는 저의 공허한(;;) 약속에, 그분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중에 아저씨가 돼서 오면 너같은 꼬맹이들이 종주하겠답시고 올 거야. 그 꼬맹이들에게 똑같이 해 주면 된다."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멋진 말씀, 멋진 분들이시죠.

여행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람이란 상상 이상의 동질감과 유대감을 만드는 존재입니다. <저니>는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죠. 기본적으로 혼자 여행하지만, 플레이어 두 명을 랜덤으로 매칭시켜 함께 플레이하는 시스템을 게임에 넣었거든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잊을 수 없는 풍경의 일부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은 겁니다.


9
*
I Was Born For This

거세지는 눈보라에 스카프가 찢어져 버렸다. 우린 안간힘을
쓰며 서로에게 다가가기를 거듭했다. 눈보라를 뚫고 벼락이
쾅 하고 쳤다. 난 정신을 잃었다.

이제 다 끝나버린 것일까.

눈을 떠 보니 우리 앞에는 인류의 조상이 서 있었다. 그를
이 세계로 불러들이고, 나를 그의 곁으로 소환한 장본인.
조상은 우리에게 살릴 가치가 있는가를 평가했다.
너희는 서로를 지탱하고 존중했으며,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마음을 다했고,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너희는 우리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를 죽음에서 부활시켰다. 빛을 향해 나아가도록.

스카프가 요란하게 빛났고 우리는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때 비로소 나는 내가 무엇인지를 기억해냈다. 나는 이
남자가 버렸던 과거의 일부였고, 한때 그의 일부였다.

부분적으로 나는 그였다.

그게 내 발걸음이 멈췄던 이유. 내가 그의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 이 산은 그가 나를 다시 만나러 올 수 있는
통로였다.

우리는 정상까지 날아가, 천천히 빛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여기서부터 '나'라는 건 없을 것이다. 
나는 그의 일부가 되어, 다시 나로 돌아간다.
.
.
.

다시 눈을 뜨자 나는 서울역의 흡연 부스에서 깨어났다.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대체 전날 얼마나 술을 먹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가 무척 가벼웠다. 눈도 맑아진 느낌이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핸드폰이 위잉 하고 울었다.

아내가 보낸 100번째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10
*
Final Confluence

발로 쓴 오글토글 손발내놔 글을 읽느라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저니>는 정말로 잘 만든 게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니>를 플레이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많은 것들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워낙 사적인 것들이라, 블로그와 같은 공개된 장소엔 구체적으로 올리지 못했을 지라도요.

사운드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UI 디자인, 레벨 디자인, 기타 등등등, 무엇 하나 빠진 것 없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낸 게임이기도 하지만, 이 게임의 핵심은 바로 '텅 빈 기승전결'을 제공한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Journey and the art of emotional game design', Nick Harper, <The Guardian>, 2012.11.21, ref. time: 2014.11.23 15:23 pm

주인공 캐릭터를 주고, 목표를 주고, 방해물을 주고, 조력자를 줍니다. 그 후, 환경조건과 이동조건의 변화를 통해서 유저의 감정선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고, 다시 바닥까지 끌어내렸다가, 성층권을 돌파할 정도로 솟구치게 만들죠.

<저니>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기승전결을 만들었을까요. 얼마나 많은, 사적인 대서사시가 만들어졌을까요.

스토리의 힘이란 정말 위대한 것 같습니다! *^^*

그런 걸 이야기해 보려고, 굳이 무리수 오글토글 손발내놔 글을 같이 써서 보여드렸습니다. 죄송하네요. ㅋㅋㅋㅋㅋ...

그러면 오늘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또 만나염!



2014년 11월 18일 화요일

치유와 여행을 게임에 담아내다, <저니(Journey)>


이제 완전한 겨울이네요.

초겨울 따위에게 난방비를 지불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여태 난방을 틀지 않고 있었습니다만 결국 굴복해 버렸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좋을 수가 없더라구요.

(없는 행복을 이렇게 해서라도 만들어야...!!)

등따숩고 배부르니 곡 하나가 생각났어요. 겨울잠 자러 동굴로 기어드가는 곰탱이마냥 겨울만 되면 찾게 되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피아노 연주곡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Merry Christmas Mr. Laurence)'인데요.


사람으로 태어나서 싫어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뭐 그저 그래'를 넘어서 '싫어한다'고 말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인 것들요. 예를 들자면 아기, 노래, 음식, 연애같은 것들 말이죠.

여행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류이치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저는 한겨울 낯선 곳을 여행한 기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해요. 왜 하필 한겨울이냐 하면, 저 노래가 한겨울이기 때문에...(??)

각설하고, 이번 주에는 '걷기', '여행'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그에 앞서 2012년 게임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저니(Journey)>라는 게임을 맛보기로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2012년 초, PS3(콘솔 게임기) 타이틀로 발매된 게임 <저니>는 GDC2013 게임 개발자 초이스 어워드의 11개 부문 중 6개를 휩쓸며 '올해의 게임'으로 등극한 타이틀입니다. 상을 이렇게 많이 받았다니, 레이저빔이 빵야빵야하고 형형색색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그런 게임을 생각하셨을 수도 있는데요.

사실 <저니>는 그와 정반대의 게임입니다.


<저니>는 사막을 여행하는 게임입니다.

끝.

(...?)

<저니>의 개발사는 기획 초기 단계부터 '반드시 바꿔서는 안 될' 두 가지를 정했다고 해요. 

  1. <저니>는 유저가 사막에서 여행을 하는 게임이다.
  2. 절대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 다른 플레이어와 협동하며 게임을 풀어 나간다.

그리고 게임을 완성해 출시할 때까지 두 원칙을 지켰다고 합니다. 당연한 것처럼 들리고, 또 당연해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쉽게 이루기 힘든 부분이죠.

밀어닥치는 난관을 극복하고, 때론 적을 물리치며 가상 공간을 구석구석 '탐험'하는 것이 아닌 '여행'하는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필요했다고 하네요.

여행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실험이자 모험이었던 만큼, <저니>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종류의 게임입니다. 목표(빛나는 산)가 있고, 수 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퍼즐과 타이밍에 맞춘 조작 등이 요구되는 어드벤처 게임의 요소도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다릅니다.

게임 웹진&커뮤니티인 인벤의 리뷰 기사 [리뷰]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없다? 유쾌한 반론, 저니 (Journey)에서 한 문단을 그대로 가져와 봤어요.
이상한 점은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게임 플레이'는 자꾸 망각하고 저니의 그래픽과 사운드, 그리고 카메라 시점이 어우러지며 창조하는 '아름다움'에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말 몇몇 장면에서는 게임패드를 쥐고 있는 손에 저절로 힘이 빠지면서 오직 화면만 바라보게 된다. 강렬한 감정의 출렁임을 느끼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는 것. 저니의 가장 큰 매력이자 플레이를 지속시키는 진짜 원동력이다.
<저니>를 플레이해 본 사람들은 이 게임을 '힐링 게임'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도대체 저니라는 게임은 무엇이 어떻게 다르길래 '플레이'가 아닌 '아름다움'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어떻게 게임에 '힐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었을까요?

다음 포스팅은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할 겁니다.

음악으로 시작한 김에, <저니>의 배경음악을 끝으로 이번 포스팅을 마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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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핑크 가라사대

스무 살에 이걸 하고 다음에는 저걸 하고, 하는 식의 계획은 내가 볼 때 완전히 난센스다. 완벽한 쓰레기다. 그대로 될 리가 없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할 수 없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